내 혀끝이 당신을 베지 않겠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22

by 김선하

1.

<글쓰기해방일지>

이 책의 처음 제목이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써온 글쓰기를 정리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제목은 그냥 뭐 대충 <글쓰기 일지> 손석구 김지원 주연의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를 본 따 지었습니다.


개인의 글이 타인을 향하는 글, 모두의 글이 되는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써야지 말만 하고 쓰지 않는 미룸 부담 망설임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의 내용과 방향이 이렇다 보니 글쓰기가 어렵다고, 책는 것이 두렵다고, 아무튼 첫 책을 내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글쓰기 코칭 때 메모한 조언과 과제, 원고 수정과 퇴고 하는 동안 터득한 글쓰기 팁과 나만의 문장연습, 참고도서로 읽은 책, 쓰는 동안 느꼈던 생각과 다짐.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걷는지가 보였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어느 곳으로 걸어갈 것인지 다짐했습니다.


2.

그러는 사이, 계획보다 일찍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쓰고 있던 <글쓰기 해방 일지>는 뒤로 밀리고 간간이 PPL 간접 광고처럼 <글쓰기 해방 일지>가 <눈물나는 날에는 엄마> 엄마책 속엣말을 언급하다가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억지 춘향으로 글을 썼습니다. 남을 의식하고 눈치 볼 여력 없이 일단 쓰자고 썼습니다. 하루 하나의 꼭지를 완성하며 힘에 부칠 때는 완주를 목표로 꾸역꾸역 찬밥을 먹고 목구멍에 밥알이 걸리더라도 썼습니다.


3.

<읽으려고 씁니다>

책 제목을 바뀌었고 쓰는 동안 느꼈던 감정과 애쓴 수고와 책을 낸 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곁들였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같은 일지는 글을 쓰는 예비 작가와 현직 작가에게 팁과 공감을 얻는 목표로 바뀌었습니다.

초보자에게 알려주는 글쓰기 팁인지, 글쓰기에 담긴 철학인지, 이런저런 욕심이 혼재해 나도 알 수 없는 글쓰기를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4.

다시 방향키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출간작가가 되어 자만으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작가 지망생에서 경험자의 조언을 가장해서 충고하고 있었습니다. 글의 분위기와 문체가 거만해졌습니다.


다시 내 배는 난항을 겪는 중입니다. 암초에 부딪혀 위태롭습니다. 그러나 쓰는 동안 체할지라도 복통이 올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완주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밖으로 다 꺼내 좋아야 할 것이 초고입니다. 그 가운데 버리고 취할 것이니 맘 놓고 일단 내뱉기로 하겠습니다. 쓰고 보겠습니다.

.

오늘 선배 작가에게 ‘아니 이건 진짜!’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나는 알아차리는 불안과 의심을 들켰습니다. 그의 말에 반박할 건더기 일도 없이 오만 앞에 직면한 나였습니다. 작가랍시고 훈계하는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

작가는 글을 잘 쓴 것은 평범합니다. 마치 운동선수가 운동을 잘하고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것과 같습니다. 작가는 분명한 작가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글은 혀끝의 칼날입니다. 그것을 잘못 휘두르면 목숨이 아니라 정신을 벨 수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글을 쓸 것이기에, 글을 쓰고 싶기에, 내 칼로 남을 베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다짐했습니다.


5.

나는 작가인가?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다짐합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려고도, 누군가를 가르치려고도, 누군가를 평가하지도 말고, 나나 잘하겠습니다!!!


그러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알아차려야 합니다. 느껴야 합니다. 지혜로워져야 합니다. 단어를 잘 쓰겠습니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안팎이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작가 선배가 언급한 돈키호테를 읽겠습니다. 그의 자유와 상상과 통찰력을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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