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장례식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39

by 김선하


1.

"조만간 대전에 갈 테니 그때 얼굴 보자."

"네 큰 일 없어도 한 번 내려와요, 얼굴 보게요."


며칠 전 막내 외삼촌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70이 넘은 외삼촌은 선견지명이 있었을까요? 다음날, 이번에는 외숙모께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이모부 돌아가셨다. 내일 오후에 **장례식장으로 와. 다들 모인단다."

"네, 외가 식구들 오는 시간에 맞추어 갈게요."


이틀 사이 전화와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묻던 외가 친척들이 장례식장에 모였습니다. 몇 해 전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장 이후 또다시 만난 웃음 장례식이었습니다. 상주와 부인을 비롯한 가족 모두 울고불고 애통해하는 여느 장례식장 분위기와 달리 표현이 실례되지 않는다면 유쾌한 장례식이었습니다.


2.

가족 모두가 웃으며 조문객을 맞이했고, 고인의 자식과 아내는 상주로서 인사하고 살아생전 고인의 추억을 들려주었습니다. 죽어야 할 사람이 죽은 게 아닙니다. 살만큼 살다가 갔으니 후회 없어서 그런 게 결코 아닙니다. 상실의 비통함을 애써 참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를 기꺼이 웃으며 배웅하는 살아남은 자의 마지막 안간힘이었습니다.


이주 전 이모부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일주일 크게 앓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고 합니다. 평소 건강하셨고 지병도 없었기에 고령을 염려한 것 외에는 큰일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패혈증이 와서 결국 상을 치러야 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도 장례 절차도 대비하지 못한 맞닥침이었습니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것이 상주인 외사촌 당사자조차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잔병 없이 큰 고생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것이 마냥 다행이고 복이라며 호상이라 위안했습니다.


3.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고인이 된 이모부께 두 번 절을 하고 상주와 악수를 하고 친척들이 기다리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시선이 먼저 닿은 친척과 껴앉고 악수하고 묵례를 하는 인사로 그동안 오래 못 본 시간을 대신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수다는 이어졌고 오후에 만나 우리는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식사를 위해 잠시 수다를 접었습니다.


뒤이어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친척들이 식당에 앉으면 다시 옛이야기가 소환되었습니다. 우리는 고인이 되어버린 이모부를 떠나보내는 슬픔과 오랜만에 얼굴 보며 기억인지 상상인지 모를 우리들의 시간을 기억 속으로부터 가까스로 끄집어냈습니다. 그리고 눈물 나게 한바탕 웃었습니다. 고인의 추모에 앞서야 할 슬픔과 애통함의 눈물이 그리움과 새삶스러움의 미소로 번졌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가 멋쩍어 이모와 상주에게 “이렇게 웃어도 되나?” 물으니, “아까 많이 울었으니 좀 웃어도 돼” 대답합니다. 울며 지낸 세월만큼 좀 웃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하필 상황이 이렇다 하니 웃음과 울음을 뒤섞어 기쁘게 애도하겠습니다.



4.

그렇게 반가움에 웃고 왔지만 집에 돌아오니 뭔가 허전함이 내 가슴에 와닿습니다. 언제가 그날, 나를 추모할 장례식 초대장을 끄적여봅니다.


그녀가 죽었습니다.

그녀는 당신의 아내였고, 딸이었고, 엄마였습니다.

그녀는 당신의 스승이었고, 제자였으며, 이웃이요, 도반이었습니다.

당신들과 영영 헤어지는 발걸음을 차마 떼어놓지 못하고 당신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당신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실 수 없고, 웃고 울지도 못하고, 속내를 터놓을 수도 없습니다.

내가 당신을 떠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참겠습니다.

내가 당신을 떠나는 것은 싫어서도 아니고, 미워서도 아닙니다.

그저 떠나야 할 시간이니 떠난다 생각하십시오.

그러니 내가 당신을 떠나는 길에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나는 이 문을 열고 나가 저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갈 것입니다.

이 세상이 아니 저세상, 다른 세상이 시작될 것을 기쁘게 배웅해 주십시오.

부디 그 슬픔은 거두고 나를 웃으며 배웅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그녀의 장례식장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가장 예쁜 옷을 입고 그녀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와의 기억을 떠올려 추억을 나누고, 축복의 노래를 부르며 환송해 주시길 바랍니다.

p.s

그녀는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울고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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