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그 안에 리추얼 한 순간이 있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42

by 김선하

1.

전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글쓰기만큼 재밌는 것이 없습니다. 내가 글쓰기를 따분한 일로 받아들인다면 내 열정도 금세 식어버릴 겁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가장 정적인 형태로 최고의 동적인 활동을 합니다. 쓰는 동안 매일매일 시작이고 탐험이고 도전입니다.


완성도 끝도 없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우열을 가리지 않는, 오늘 결승선까지 완주하면 내일 다시 출발선에 서는 그런 겁니다. 주저앉지만 않으면 포기하지만 않으면 되는 겁니다. 몇몇 뛰어난 연주자와 성악가의 공연을 듣는 특권을 제외하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어떤 것보다 글쓰기에서는 성취 성장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얻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대체로 수고스럽고 고민해야 할 시공간에서 정신과 마음과 육체가 메이는 순간입니다. 순간이라고 말은 했지만 그 시간이 짧게는 몇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아주 가끔은 며칠까지도 이어갑니다. 이 또한 시간이 하는 일이라 시작한 글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 일단 양질을 떠나 완주라는 성취감을 얻습니다.


2.

나는 보통 책과 함께 책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데 하루 네 시간 정도를 할애합니다. 한 시간 글을 쓰고, 한 시간 사색이나 멍을 때리고, 한 시간 책을 읽고, 한 시간 책을 위한 기획과 플랜을 기록합니다.


글 안에 머무는 것: 사색 읽기 쓰기 계획 어떤 형태로든 어떤 행위이건 글이라는 바운더리 안에 머무는 것은 나의 하루 중 일부이며 일과입니다. 그것은 내가 먹고살만해진 후 선택한 내 일상의 실천적인 철학이며 그래서 리추얼 한 루틴이라고 명합니다.


글을 쓰다가 글쓰기가 지치면 쉽니다. SNS 댓글 쓰기.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사 남기기. 이것은 마치 학창 시절 문제집 풀다가 공부가 지겨워서 쉴 때 하던 퍼즐이나 스도쿠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역사 교과서 읽다가 소설책 읽듯, 야구선수가 휴가지에서 축구를 하는 경우와 다르지 않습니다.


책 <리추얼> 내용을 빌어, 1984년의 강연에서 케이지가 가르쳐 준 방법이 누군가에게 가르쳐 준 가장 중요한 조언이었다면 케이지는 나에게 글을 조금 쓴 후에 중단하고 그 글을 베껴 써보라고 했습니다. 글을 옮겨 쓰는 동안 그 글을 생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생각들이 떠오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 방법대로 작업을 합니다. 창작이나 옮겨 쓰기 사이에는 경이로운 관계 불가사의한 관계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때때로 나는 작업하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데 몰두한다.


3.

나는 아주 오래전 하루 <4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자기 계발서의 공통점이 그러하듯 이 책도 나에게 전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의 제목이 나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살려고 하루를 디자인하고 그렇게 노력 중입니다.


먹고사는 일, 배우고 즐기는 일, 적당한 희생과 안분지족 하는 일, 쓰고 읽는 일. 이 네 가지 범주를 정확히 4시간씩 구분해서 하루를 삽니다. 그리고 남은 16시간은 잠을 자고 놀고 아무 일없이 시간을 낭비하더라도, 무엇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하루 16시간만 소중히 여기고 나머지는 내어주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의 일부만 보고 일벌레, 일 중독, 그렇게 일만 해서 뭐 하니? 묻습니다. 내가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쉬지 않고 죽어라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에게 하루 4시간의 법칙 3가지를 제외하면, 그 후에는 카페에서 수다를, 필드에서 골프를, 백화점에서 쇼핑을, 뭐든지 맘껏 즐깁니다. 12시간 수고와 집중에 열을 다했다면, 나는 성실하게 하루를 보냈고 그 하루는 신성한 하루였습니다. 그러니 나머지는 즐겨도 됩니다.


4.

나는 나의 시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끕니다. 결국,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나지요. 각자의 결에 맞는 길을 찾아갑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일 중 하나는 글쓰기입니다. 11시 11분. 배열된 숫자를 한 자릿수로 모두 더하면 4. 4시간 법칙의 4를 대신해 이 시간은 내 하루를 마무리하는 리추얼 글쓰기 타임입니다. 그리고 딱 40분만 씁니다. 나의 4시간의 법칙 - 읽고 쓰는 일에 들이는 4시간 - 중 이 시간은 나의 루틴의 최정점의 시간이며 최고의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위해 남겨진 시간을 애써서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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