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엔 여러분과 책으로 놀겠습니다

쓰는 자의 작은 철학 043

by 김선하

1.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중에는 학원에서 일하고, 일요일 하루는 가게에서 일합니다. 학원 일이 정신노동이라면, 가게 일은 육체노동에 가깝습니다. 정신적인 에너지는 육체적인 에너지로 보충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주중 스트레스와 고민을 단순 노동이라는 일시적인 집중으로 날려버리는 일요일 육체노동이 반갑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밤 12시까지 수업했고, 최근 몇 해 전까지는 밤 10시, 그러다가 가장 최근 올해는 평균 7시까지 일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늦게 귀가하니 나는 곧바로 퇴근하지 않고 아이들 귀가시간에 맞추어 사무실에 남아 혼자 놉니다. 미라클 모닝을 응용한 퇴근 후 갓생 살기로 주로 읽고 쓰기를 합니다. 요즘 같으면 일에 치이지 않고 내가 스스로 시간을 조정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2.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을 낼 것도 염두에 둔 터라 근무시간을 줄이고 조정했습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힐링은 취미생활이므로 삶의 균형을 그렇게 맞추려고 했습니다. 한 주에 하루 수요일은 학원도 문을 닫습니다. 수요일에는 일하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요일에는 그 누구도 무엇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수요일은 일하지 않는 오로지 나만의 시간입니다. 오전에는 직접 요리한 예의를 갖춘 밥상을 준비하고 홈캉스를 즐깁니다. 청소와 정리정돈은 나에게 수행이자 힐링입니다. 나를 개운하게 하는 방법으로 집 청소하고 정리정돈을 하며 물건과 작은 가구들을 재배치하기도 합니다.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책임감으로 의무로 하지 않습니다. 정말 좋아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냅니다.


오후가 되면 평소 가고 싶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습니다. 나는 보통 일주일에 한 권 책을 읽는데 보통 수요일 하루에 몰아서 읽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과 같아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몰입해서 읽는 편입니다.


작년 몇 달은 글쓰기 코칭을 위해 수요일 꼬박 하루를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한 시간 코칭이 끝나고 사무실에 남아서 계획한 원고 수정을 끝마치고 대전행 열차를 탔습니다. 마무리가 짓지 못한 일을 다음에 해야지 하고는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날 할 일, 그때 할 일은 가능하다면 시작한 곳에서 끝내고 일어나는 것이 일을 미루지 않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또한 그것이 내가 일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3.

책을 내고 나의 수요일에 변화가 왔습니다. 수요일은 마담이 되기로 했습니다. 주로 내 책 "눈물나는 날에는 엄마"로 북브런치를 하며 엄마책 속엣말을 꺼냅니다. 책 제목처럼 자연스레 엄마로부터 시작합니다. 내 엄마이야기를 건네면 당신 엄마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우리 엄마 이야기가 되어 돌아옵니다. 결국 나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그렇게 공감하고 이해하며 힘과 위로와 용기를 얻는 시간을 꾸리고 싶습니다.


내가 쓴 책의 소재는 엄마에서 출발했지만 넓혀보면 삶의 작은 철학 같은 겁니다. 책이 매개가 되어 만남을 갖는 것입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같은 어른의 글을 읽는 시간을 이끌고 싶습니다. 사람이 주인공인, 사람이야기가 있는 <수요일엔 북브런치살롱>을 만들어 갑니다. 삶을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그러면서 힘을 얻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북토크와 수다와 점심 한 끼의 경계를 애매하게 넘나들며 이제 엄마책으로부터 엄마, 정리, 육아가 주된 주제가 되어 크고 작게 거의 30회 정도 열린 듯합니다. 그 사이에는 어떠한 책 소개와 이야기를 건넬 필요가 없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함께 마주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소중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일부 모임에서는 엄마! 하면 추억을 뱉어낼 시간이 태부족합니다. 들어만 주었습니다. 우리들 엄마의 엄마 이야기를. 나는 묻기만 하겠습니다. 당신의 엄마는 안녕한가요? 그 자체가 주제가 되었습니다.


4.

그리고 최근 다시 수요일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이 또한 엄마책으로부터 출발했고 북토크 후기 중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유품을 정리하며" 에피소드에 나온 정리에 관한 것을 좀 더 깊게 넓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북토 크는 웰니스 나이스 나인이라는 이야기를 함께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열차독서와 책방투어가 함께 할 예정입니다. 나는 수요일 휴무가 기다려집니다.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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