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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Aug 19. 2023

자발적 동기에 비자발적 감시도구를 활용합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50

1.

종이와 만난 연필심의 서걱거림, 미끄러지는 듯한 0.7mm 볼펜의 매끄러움, 피로할지라도 눈이 반짝이게 하는 형광펜, 채점하듯 점검하듯 색연필의 컬러링. 이 모든 것으로 종이 위에 끄적거리는 행위를 좋아합니다. 이런 취미와 특기 사이에서 글쓰기는 십여 년 동안 나의 일상입니다.


글 쓰는 동안 최고의 특혜라면 치유와 힐링입니다. 한 편의 글을 쓰고 난 후의 성취감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글쓰기가 천성인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365일 매 순간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놀다 보면 책상에 앉아야 하는 성가심이, 글감이 없을 땐 뭔가를 짜내어 써야 하는 부담감이, 피곤할 때면 책상보다 침대로 가고자 하는 유혹이 스멀스멀 다가옵니다.


지금 안 쓰면 다음에도 쓰지 않을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글을 씁니다. 나를 위한 글도 있고, 남을 위한 글도 있습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은 하기 싫어도 합니다. 그런데 오로지 나를 위한, 작가가 되기 위한, 습작으로서 글쓰기는, 좋아서 하는 일인 동시에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그냥 글쓰기는 가끔 안 하고 싶기도 합니다. 한동안 썼다가 안 썼다가도 했습니다. 하루 이틀 변덕을 부릴 때는 다행이지만 한 달 이상이 멈춤일 때는 원상복귀가 힘듭니다. 글쓰기도 회복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탄력성을 놓치는 때는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쓰려고 합니다.


2.

규칙성과 비규칙성, 자발성과 비자발성. 그 경계를 아우르며 글을 씁니다. 기록, 정리, 다이어리, 원고, 제안서, 일지 등 어떤 형태로든 하루에 한 번은 글쓰기와 마주합니다. 여기에 중요한 글을 지속적으로 써야 할 경우에는 자발적 인증제도를 활용합니다. SNS에 내가 한 달 동안 글을 쓸 것이다! 소문을 내거나, 글쓰기 카페에 들어가 글쓰기 챌린지를 신청합니다. 보통 생각해 둔 초고를 쓰기도 하고 써두었던 원고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나는 계산적인 사람입니다. 사고자 하는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삽니다. 비싸면 할 일을 기다리고 할인이 안 되면 매장 담당자를 귀찮게 해서라도 기어이 원하는 가격에 구매합니다. 물론 명품이나 최고 브랜드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가성비를 중요시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 싼 것을 싸게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비싼 것을 비싸게 사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도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좋은 것은 원하는 가격에 가져와야 기분도 소유욕도 만족합니다.


4.

내가 첫 책을 준비하며 선택한 출판 에이전시는 코칭과 출간기획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을 고려했을 때 최고였습니다. 물론 비용면에서 망설여지기는 합니다.


출판업계는 많이 무너졌고 책 하나를 출판하는 일은 모험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급변하는데 출판시장은 크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외형적으로 전자책이 나왔지만, 세상 변화 속도에 비하면 그 발전 폭은 종이책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인쇄비와 광고비는 천정부지 치솟는데, 과거 백만 부 시대의 판매량은 기대하기 어렸습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책 말고도 사야 할 것이, 읽어야 할 것이 지천으로 깔렸습니다.


그러니 책을 내려면 제대로 준비하고 괜찮은 출판에이전시와 협업해야 합니다. 그전에 투고할 책을 준비하는 작가는 만전을 다해야 합니다. 방법을 쓰고 쓰는 일뿐입니다. 쓰고 지우고 고쳐 쓰고 그것 말고는 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닌 수정과 퇴고는 손과 머리와 영혼까지 지치게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글쓰기 도전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혼자서는 지속할 자신이 없습니다. 데드라인이 없으니 그 완주일이 언제가 될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나의 자발적 글쓰기 동기에 비자발적 감시 도구를 활용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식이든 원고 수정을 해야 했고 나는 그 감시자를 커뮤니티와 챌린지 완주 인증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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