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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Aug 24. 2023

티칭이 아니고 코칭이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55

1.

“수고하셨습니다.”


첫 코칭 기념으로 투 샷을 찍자고 말하기는 뭣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스케치북을 찍었습니다. 나의 이름과 몇몇 단어들, 그린 듯 홀린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코드의 연결, 그리고 단어 주변을 포획한 듯한 무수한 동그라미들. 무사히 글쓰기코칭 머리 올린 날이었습니다.


2.

근 십여 년 사이 처음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학생이고 상대가 선생님인 경우는 합창 연습 때를 제외하고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누가 나를 가르치겠다고 나서지 않습니다. 단점만 보완하면 좋겠는데 선뜻 조언을 해주지 않습니다. 내가 내 글을 정말 파악하지 못해서 물어보아도 고개만 갸우뚱 나쁘지 않은데? 형식적인 답만 줄 뿐입니다. 뒷소리를 할지언정 앞에서 꼬집어 말하지 않고 굳이 들출 필요가 있냐는 표정입니다. 굳이 듣기 싫은 소리 해서 관계를 서먹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겁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보통 사람들의 모두를 위한 성의 없는 배려를 지킬 뿐입니다. 친한 사이는 친해서, 먼 사이는 멀어서, 서로 만나 웃고 즐겁게 놀지만, 정작 잘못된 경우나 불편한 상황에서는 서로 잘못을 지적하고 나은 방향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정말 친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해주겠니, 너를 위해서 한마디 하는 거야, 이게 다 살이 되고 피가 돼, 하며 나에게 쓴소리 들어본 지가 언제였던가 한참을 돌아가봅니다.


이 나이(오십입니다^^)가 되고 보니 세상이 무너질 일 아니면, 고치지 않아서 죽을 일 아니면, 실수도 단점도 그냥 넘어가 줍니다. 목숨 걸고 바꾸려고 할 일도 아니고,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게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3.

학교 다닐 때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는 티칭입니다. 학생은 학생의 일을 하고 선생은 선생의 일을 합니다. 가르치며 배운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먼저 경험한 것을 경험 없는 자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생과 학생, 스승과 제자라는 자리가 나누어집니다.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구분하여 칭찬하고 지적합니다. 끝에는 칭찬으로 마무리하며 용기와 격려를 덧붙입니다.


가르치기보다는 조언을 듣고 던지는 힌트를 잡아야 하는 것이 코칭입니다. 코치는 직접적으로 단점을 지적하고 나서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글쓰기 놀이터를 사회적인 글쓰기 광장에 내놓아야 하는 출간자 입장에서 코칭은 맞고 틀리고 가 아니라 다름을 알아차리고 그 다름을 특별하게 빛나게 해주어야 합니다. 코치는 훅 들어가지 않고 스며들 듯 서서히 걸어가 멀리서 들여다봅니다. 척하지 않고 꾸미지 않도록 살펴줍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선을 지키는 사이, 딱 거기까지만 허용된 사이, 현재 나와 코치의 관계입니다. 각자의 일을 하고 조언을 받고 수정해 나가 결국은 완성된 결과물에 웃는 그런 사이입니다. 멘토와 멘티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방법을 모색해 성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게 코칭 아닐까요.


4.

코칭을 시작으로 삶과 글을 대하는 자세 속도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나는 최대한 내 삶과 글을 따로 떼어놓지 않기로 했습니다. 글쓰기에도 최소한의 법칙과 최대한의 법칙을 적용하겠습니다.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꾸준히 지속적인 글쓰기는 최소한의 법칙이고, 더 진실하게 진심으로 사회적인 시선을 향하는 글쓰기는 최대한의 법칙입니다.


코치는 내 원고에 이래라저래라 토를 달지 않습니다. 이런 방법도 있네요, 몇 마디를 건넵니다. 그러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반응합니다.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더 좋은, 다양한 방편을 제시합니다. 이해를 구하고 이유를 들어 설명해 줍니다. 그 말에 수긍하고 그 말을 믿고 수정합니다.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박의 근거를 들어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나와 코치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선생님과 제가 사이가 아닙니다.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아 적는 사이는 아닙니다. 나는 계속 다른 시선을 요구할 것이고 코치는 더 나은 답을 찾아 주어야 할 겁니다. 코칭, 우리는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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