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하 Sep 02. 2023

매년 5월 선하체로 글을 채워 내놓겠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64

1.

겨우내 한 달을 쉬었습니다. 먹고 자고 다시 또 먹고 자고. 보통 나의 겨울은 동안거에 들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렇다고 절이나 기도원에 들어가 벽을 보고 참선하고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 방학에 맞추어 개인 시간을 아이들에게 향하다 보니 밖으로 움직이는 것을 최소화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목표로 별일 없이 적극적으로 게으르게 쉬었습니다. 그리고 3월, 차가운 봄이 왔습니다. 진작에 하려고 했던 것을 몇 달 미루었더니 시작할 마음이 설렘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열정과 의지가 사라졌습니다. 뚜렷한 목표와 계획이 있음에도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지 싶어 주변을 기웃거립니다. 별 게 없습니다. 진작에 하려던 것이나 해야지 싶습니다.


서점에서 내 책을 만나는 기적! 5월에 그 기적을 맛보았습니다. 하루는 떨렸고 하루는 설레었고 하루는 긴장이 되더니 이내 하루가 별거 없음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고 하던 일을 합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한 해 계획이 추가되었습니다. 5월에 첫 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제부터 매년 5월에는 내 책을 하나씩 내놓기로 했습니다. 그 어떤 장르이든 선하체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아직 두 번째 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투고를 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입방정입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마셨다는, 입으로 화살을 물어 말이 일을 그르친다는, 옛말에 묶여서 결과만 내놓자며 나의 계획을 혼자 꽁꽁 싸매고 있습니다. 이제 좀 풀자 싶었는데, 또 망설여집니다. 


향후 5년 이런 책을 쓰겠습니다에 이어가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곰과 여우 중 당신은 무엇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