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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Sep 06. 2023

독서는 리드 투 액션 READ TO ACTION입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68

1.

고백하건대,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색을 많이 합니다. 책을 적게 읽는 사람으로서 다행히 명분이 있다면, 책의 권수보다는 어떻게 읽고 무엇을 얻어 삶이 방향을 찾아가느냐에 변명을 대겠습니다. 


어느 독서 모임명이 리드 투 액션 READ TO ACTION입니다. 행동하기 위해 책을 읽어라, 책을 읽는 목적을 실천에 둡니다. 책의 권수나 완독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책 한 부분이라도 나를 자극시킬 수 있고, 삶에 실천할 수 있으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2.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실천하는 삶입니다.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쌓아봐야 그것으로부터 지혜를 얻지 못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책을 읽는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사람이 사는데 지혜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지혜롭게 산다는 것은 잘 살고 못 사는 것의 문제가 아닙니다. 처해진 현실을 받아들여 상황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순조롭게 사는 것입니다. 


지식은 의도한 바대로 열심히만 한다면 수용하고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혜는 경륜과 연륜과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일단 지식을 쌓아서 현실에 적용할 때 상황에 맞는 판단과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매뉴얼은 일상의 규칙과 질서를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매뉴얼은 실수나 실패한 상황을 인정하고 수습하고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는 것이 많고 적고가 아니라 얼마나 적용하고 활용하느냐입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지식은 쌓을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한 달 동안 한 분야에서 책 백 권을 읽고 전문서적, 자기 계발서를 출간한 사람도 있습니다. 한 분야를 파고들어 이루는 것은 지식이지 지혜는 아닙니다. 한 분야에서 10년을 일하면 전문가 혹은 달인 소리는 듣습니다. 그러나 지혜가 없다면 그는 십 년 이십 년 사이에 성장과 변화는 없습니다. 깊이와 너비가 모두 확장될 때 마스터가 되는 것입니다.  


3.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글에 지혜를 더한다면 삶을 관망하는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바이올린 전문가가 오케스트라 전체를 아우르는 지휘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무를 키우던 사람이라면 숲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혜는 이렇게 넓이와 깊이를 확장시키고 아우르는 힘을 가졌습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고 시간을 소요하고 글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얻고자 한다면 이 또한 괜찮습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두 가지 중 하나가 이렇게 단순히 책, 글자로부터 느껴지는 어떤 즐거움을 갖는 것이니까요.  


때때론 고전과 세계명작을 좋아하는 낭만독자로서 말입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해마다 읽고 그때의 다름을 아는 재미, 그리고 초판본을 골라 재독 하는 맛, 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최근 한 달 내 머릿속을 뒤흔들고 정리 못한 책 한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입니다. 6년 전 처음 읽었고 올해 다시 읽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르게, 아니 확연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원으로 붙잡아 줄 친밀한 우정.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지만 

한 명은 그 존재가 알려지기도 전에 무의미한 죽음을 맞았고, 

다른 한 명은 이제 저 멀리 산 자들의 세상으로 물러나서.....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열정이 죽어버렸다. 

그는 사랑을 원했으며, 실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고, 기능성이라는 혼돈 속으로 보내버렸다.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스토너를 위대한 영웅이었습니다. 눈물 나도록 가엾은 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그의 저항하지 않는, 버티는 삶을 보면서 가슴을 쳤습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읽었을 때 저는 그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죠?"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틀 안에서 완벽한 홀로를 선택한 그에게 연민과 동정이 아닌 분노와 질타가 생겼습니다. 과연 스토너는 영웅일까? 실패작일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도 졸업하면 고향으로 가야 해. 부모님이 하는 농사일을 거들다가 부모님이 나이가 많게 되면 그 땅을 물려받고 또 나는 농부가 되어야 할 거야. 나의 미래는 농부야.

그러니까 나는 무엇을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무언가를 위해서 달릴 필요도 없는 거지.”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 동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는 젊은 스토너였을까요? 지금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저 또한 어쩌면 여자, 아내, 엄마, 사회인 그렇게 버티는 스토너가 아닐까요? 그런 스토너는 성공일까요? 실패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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