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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써니 Jun 22. 2022

여성할례 (FGM) 근절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

책 '사파 구하기' 서평


사파 구하기
와리스 디리 지음 / 신혜빈 옮김


사파 구하기 서포터스 2기로써 활동하게 되면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사파가 누구인지, 왜 구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에 먼저 이 책에 관해 짤막하게 소개를 하려고 한다. 


 "책의 작가 와리스 디리"

 이 책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와리스 디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와리스 디리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출신이고, 아프리카계 슈퍼모델로 유명하다.

 그러나 와리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성공한 이주민의 삶"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바꾼 날로 '여성 할례'를 받았던 날을 이야기한다.

 와리스는 3살 때 성기 훼손을 당한 FGM 피해자이다. 13살 때 노인에게 네 번째 부인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 그녀는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고자 영국으로 혼자 도망친다.  와리스는 처음 영국에 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던 유명 포토그래퍼의 눈에 들어 모델로 데뷔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모델이 된 이유는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언제든 아프리카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힘을 가지고, 세상에 자신이 당한 일을 알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와리스는 '사막의 꽃 재단'을 설립해 아프리카에 학교와 병원을 세워 FGM의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FGM이란?


 : 국내에는 여성할례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FGM은 Female Genital Mutilation이라는 뜻으로, 여아 성기 훼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약 3살에서 8살 정도 된 여아들을 대상으로 비 의료적인 목적하에 면도칼 등으로 성기를 잘라낸 뒤, 면봉 머리 하나 들어갈 정도의 구멍만을 남기고 아카시아 나무 가시 등으로 꿰매어버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문화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행해지는 해당 폭력을 금지하기 위해 '여성할례 철폐의 날'(매년 2월 6일)을 지정하고 많은 국가들에서 해당 풍습을 금지하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금도 11초마다 1명의 여자아이가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자신의 성기를 절제당하고 있다...


"내가 찾은 사막의 꽃은 사파야."

 사파가 누구길래 왜 우리는 사파를 구하는 데에 동참해야 할까? 사파는 와리스 디리의 자전 영화 '데저트 플라워'에서 와리스의 아역으로 나온 아이로, 그녀가 할례를 당하던 순간을 연기한 아이다. 와리스는 사파가 평생 할례를 피하도록 하는 대신, 음식, 식비, 전기, 학용품, 학교생활, 의료지원 등등 모든 것을 후원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오디션 당시, 와리스의 역할을 맡고자 오디션을 보러 온 아이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오디션을 보러 온 아이의 엄마가 잠시 맡아줘야 해서 함께 오게 된 사파를 보는 순간 와리스는 자신의 어린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야말로, 이 사막에서 꽃처럼 피어나 많은 아프리카의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아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사파도 언젠가는 할례를 받아야겠죠..."

 이 책은 위 한마디로부터 시작한다. 와리스의 사막의 꽃 재단에서는 정기적으로 사파가 할례를 받지 않았는지 소아과를 데려가 확인한다. 그 과정에서 재단 사람들은 사파의 가족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파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사파도 언젠간 할례를 받아야겠죠. 이대로는 안돼요." 

 와리스는 해당 인터뷰 영상을 모니터링하던 중 사파 가족이 소말리아어로 하는 위 이야기를 듣자마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소말리아로 출발한다.

'사파를 구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문제 FGM(여아 성기 훼손).
왜 지속되고 있을까?

"당신은 도망쳤잖아요!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살아야 해요!"

"재단에서 지원해주셔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지만, 학교에서는 저를 추방하려고 해요. 할례를 안 받아서 더럽대요..."


 책 사파 구하기를 읽다 보면 왜 FGM이라는 문제가 비인간적이고 여성을 억압하는 폭력이고, 피해 여성 중 다수가 죽고, 만약 살아남더라도 평생을 고통받아야 하는데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까?

 오랫동안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국제개발협력 쪽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법으로도 금지되었다는데, 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왜 FGM이 철폐되지 않는지를 뼛속 깊이 느꼈고, 국제 사회와 여성 할례를 집행하는 국가 및 사람들 간의 끝없는 딜레마를 겪어야만 했다.


1. 여성이 일을 할 수 없는 사회 구조

 책을 읽다 보면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속이 터지는 장면들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이 연출되는 이유는, 소말리아와 같은 국가의 사회구조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와리스는 자신이 아프리카를 탈출한 지 20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이 모델로써 성공을 거두고 영국인으로써의 영주권을 얻자, 영국 BBC 다큐팀과 함께 아프리카로 돌아가 자신이 살았던 곳의 환경을 다큐로 담아내었다. 그 다큐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그저 '성공한 이주민의 귀한'정도로 생각했겠지만 와리스의 의도는 그와 달랐다. 여성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사회, 여성은 그저 남성에게 팔려가기 위해서 할례를 당해야만 하는 사회의 구조를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와리스가 자란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지저분한 면도칼을 들고 여아의 성기를 잘라내고, 가시나무를 꺾어서 그대로 봉합하는 일 혹은 남성들에게만 허락된 마약을 만드는 일. 이렇게 두 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할례를 집행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는 일이라고 한다.


해당 국가에서 그럼 여성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할례를 통해 순결함을 지켰음을 보이고, 다른 집에 팔려가는 역할이 거의 전부라고 봐야 한다고 한다.


2. 무지(교육의 부재)

 다른 국제개발과 관련된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많은 아프리카국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문맹률도 높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있는 학교 아이들은 부모님이 외교관이라는 것과 같은 이유로 다니는 경우가 많고, 생각보다 자국민은 적다고 들었다.)


 교육을 받아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가난으로 인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고 그저 팔아버려야 하는 것이다. 해당 문제로 인해 여아 성기 훼손은 지속되고 있다고 느꼈다.


 성기 훼손이 신성한 의식이 아닌, 폭력임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자신의 몸을 소중히 다루는 교육 또한 필요한데 그러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으니 계속 이러한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3. 잘못된 믿음의 지속, 문화라는 가면

 앞서 언급했듯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집에 있는 여아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많다. 딸을 다른 집에 시집보내고 받는 돈은 일반 가정의 한 달치 월급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문화가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도 문제이지만, 이 사회구조가 생겨나게 된 토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과거 여성 할례는 종교(ex. 이슬람교)로 인해 생겨난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모든 이슬람권에서 이러한 악습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관련 경전에 여성의 성기를 훼손해 여성의 처녀성을 입증하라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FGM은 기독교에서 행해진 기록이 있다고 한다.


 즉, 이러한 폭력이 시행되게 된 원인은 여성이 감각(자신의 성기를 자극함으로써 스스로 쾌락을 느낌)을 느낄 수도록 하면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믿음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폭력적 행위는 문화라는 가면을 쓰고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사막의 꽃' 재단에서는 유럽 국가의 병원에 전화를 해, 할례 행위를 요구했을 때 어떠한 반응이 돌아오는지 시험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우리의 전통이에요. 이것이 우리나라의 미의 기준입니다. 돈 줄 테니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자 결국 그렇게 원한다면 해주겠다는 응답을 대부분의 의사들이 내놓았다고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문화라는 이름으로 뿌리 박혀있는 행위이기에 여아 성기 훼손을 근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FGM 근절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노력은 없을까?

 나는 사파 구하기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사파 구하기 서포터스로써, 해당 안건에 대해 배워가고 있고 여러 활동들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나도 완벽한 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내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겠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노력은 '관심'이다. "에이 너무 뻔한 소리 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무지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해당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관심을 가지고, 많은 목소리를 내야 더 많은 의견들이 모여 빨리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특히 국내에는 이러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용기를 가지고 '실천'하기.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비비안 레딩은  와리스에게 FGM이라는 문제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와리스는 분노했다.


" 나는 UN과 아프리카 연합의 특사로 임명됐고, 사막의 꽃 재단도 세웠어요. 수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성기 훼손을 막기 위해 내 마지막 남은 힘 한 방울까지 모두 쏟아부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을지를 나와 논의한다고요?" 


실제로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의사, 정치인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들도 FGM 철폐 운동에 참여했다는 타이틀을 위해 그녀를 그저 상징물로써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팀과 함께 EU 각료 이사회 앞에 FGM 철폐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와 제안 중에서 부분적으로라도 실행된 것?

하나도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FGM(여아 성기 훼손)은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문제일지라도 국제사회에서 오랜 기간 주목해왔던 문제이다. 이제는 우리도 알아야 한다.


끔찍하다고, 난 피해자가 아니라고 무시해오고 외면해왔더라도 이젠 직면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해야 한다.


 나처럼 관련 캠페인을 기획 및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와리스 디리가 설립한 사막의 꽃 재단에 지정한 한국 기부처인 '한국 여성인권 플러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사파 구하기'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에라리온에 학교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을 하며 모인 모금액을 재단에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효율적인 모금 전달을 위해 활동자들은 자원봉사자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정해진 답은 없다. 그저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만 소개를 했을 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그저 내 이 글을 읽고, 고통에 비명 짓는 아프리카의 여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생기고 FGM 철폐 문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 FGM이 하루라도 빨리 철폐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책 표지는 실제 사파의 사진을 통해 만들어진 일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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