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바라본 인간이란...
파우스트(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민음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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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랑 데이트하면서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극작품 이야기를 하다가 '파우스트'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내가 "파우스트가 뭔데? 좋아해?" 하니까 오빠가
"뭐야 파우스트 몰라? 문학 전공하는 애가 그걸 어떻게 몰라?"
너무 당황해서 "오빠 그건 독일어잖아~ 나는 영문학도야~" 이러면서 우겼는데 와.... 너무 창피해서 집 오자마자 관련 영상 다 찾아보고 책 읽기 시작했다.
맨날 같이 서점 가면 오빠한테 내가 '오빠 이 책 (주로 문학) 읽어봤어? 이건 말이야~' 이러면서 맨날 설명해댔는데 하...
이걸 내가 역으로 당하니까 너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반전인건, 그런데 의외로 작품 '파우스트'를 너무 재미있고 인상 깊게 읽게 되었다는 거!
*역시 오빠 픽은 믿고 간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명작. 동시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학, 파우스트!
대문호 괴테가 23살부터 쓰기 시작해 82살에야 완성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명작, 파우스트!
그러나 그 명성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에 뛰어든다면...
"듣거라! 저 우레처럼 치닫는 호렌의 소리를!
포이보스의 수레는 요란하게 굴러간다.
새로운 광휘와 밝은 빛의 은혜를 입어..."
라는 어마 무시한 문장력에 압도되는 것을 넘어 넋이 나가버리거나 중도 포기를 하게 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어려운 단어와 수많은 비유들,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서사를 가진 희곡의 형태를 띠는 작품이라 아주 어렵습니다.
게다가 완독하더라도 너무 어려운 탓에 기억에 남는 게 없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합니다.
그래서 유튜브에 존재하는 온갖 영상과 정리본을 읽고 제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분석해 보기로 했습니다.
줄거리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줄거리 (스포 주의); 아무리 충동에 휩싸여도 선한 인간은 올바른 길을 잃지 않는다!
천국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하나님과 내기를 하는데, 모든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하나님이 가장 아끼는 인간인 파우스트를 의로운 일에서 벗어나게 꾀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법학, 의학, 철학, 신학 등 학문이란 학문은 모두 마스터하며 진리를 깨닫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주인공 파우스트.
하지만 그는 백발노인이 되고서야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종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자신의 삶에 실망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합니다.
그러던 그때!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가 와서 그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밉니다.
"제가 가진 힘으로 당신을 만족시켜드릴 터이니 제가 만약 당신을 만족시킨다면 제 종이 되십시오! 거래하시겠습니까?"
악마에게 휘둘리지 않겠다 자신하던 파우스트는 그와 거래를 하기로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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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메피스토 덕분에 욕망과 젊음을 얻게 된 파우스트. 그는 곧바로 아름다운 여성인 마가렛(그레트헨이라고도 함)을 만나게 됩니다.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유혹하며 그녀의 어머니에게 수면제(악마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에게 건넨 것)를 먹이고 함께 밤을 보낼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레트헨의 어머니는 수면제 때문에 죽고 그레트헨은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레트헨의 오빠는 자신의 동생의 삶을 망친 파우스트를 비난하고 그에게 도전했다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그레트헨은 그녀의 사생아를 익사시키고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파우스트는 사랑하는 그레트헨을 감옥에서 풀어주려고 시도함으로써 죽음으로부터 그레트헨을 구하려고 합니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는 탈출을 거부한 채 지하 감옥에서 탈출하고, 하늘에서는 그레트헨이 구원받으며 1장은 막을 내립니다.
1부에서의 기억을 잃은 파우스트.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바다를 메꾸고 자연을 파괴합니다.
그 과정에서 세속적 욕망이 뒤섞여 선량한 노부부를 죽이기도 하고 근심에 눈이 멀어 의미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메피스토는 그의 그러한 삶을 비웃는데 놀랍게도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파우스트 또한 구원합니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며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 지식의 꼭대기에 도달한 파우스트. 앞서 언급한 듯이 그는 결국 종의 한계를 알게 됩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지식에 한계가 있으며 '욕망에 휘둘리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
일례로 우리 모두 말도 안 되는 상상, 몰래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질척거리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기도 하며 은밀한 따돌림을 당하거나 누군가를 따돌림 시키기도 하고.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요. 이게 바로 인간입니다.
그리고 작품에서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대표하는 인물은 파우스트.
세상 모든 지식을 공부하고 습득한 현자인 그 조차도 메피스토(악마)가 찾아오면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물론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아무리 인간이 연약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은 천인공노할 죄를 지은 인물들이긴 합니다.
구원받기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죠.
그러나 괴테는 이러한 그들의 행동은 '인간이 할 법한' (=할 수도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선을 추구하기를 포기하기도 하고 들키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도 한 번 즈음 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옳지 않은 행동을 따르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이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니 본능이 아무리 방해해도 선한 인간은 길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동서양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각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하는데,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모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단점을 극복하려고 영원히 노력한다."_ 의심과 헌신, 괴테.
우리가 악에 휘둘린다는 사실은 알되, 끊임없이 선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점이 그레트헨이 신에게 구원을 받은 이유입니다.
그러면 파우스트는 왜 구원받은 것일까요?
말년에는 제가 언급한 행동들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파괴적 행동을 저질렀습니다.
메피스토 또한 그가 구원받지 못하도록 열심히 그가 스스로 타락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름대로 인류의 보편적 행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단순 의지와 노력만으로 그가 용서 및 구원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괴테는 악을 용서하는 힘을 "무한한 사랑"이라고 보았습니다.
신과 그레트헨은 그를 무한한 사랑으로 용서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무조건적인 죄책감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자기파멸의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무한한 사랑이 있다면 그 또한 구원받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용기와 의지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정리를 해보자면~
1.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3. 하지만 인간은 나약하기에 불완전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4. 그걸 이해하고 용서해 줄 존재가 필요하다.
못난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용서해 줄 아가페적 사랑을 줄 존재는 어디서 만날 수 있나요?
괴테는 악이 있기에 선이 만들어진다며 "악은 선에 속하는 개념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악과 선의 경계가 모호하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으로 괴테의 주장을 살펴보자면,
일례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와 만난 뒤로 극단적인 선택을 접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게 되기도 했죠.
또한 그가 그레트헨을 향해 품었던 욕정은 비극을 낳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악은 무한 생성되는 쓰레기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강한 선을 만들어내는 재료가 될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이는 더 나아가 못난 자신이 있기에 잘난 나의 모습이 더 빛날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즉, 못난 나를 받아들이고 그대로 사랑해 준다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못난 나의 욕망과 실수들을 나 자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으로 보듬어 선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사랑만으로는 안되는 게 있는 거. 알지?
사랑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 것. 모두 알고 있으시죠?
우리는 계속 엄청난 욕망과 실수를 저지르고 품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용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책이 너무 역설적이고 혼 한스럽고 이상하겠지만
그것 또한 인간의 특성과 아주 맞닿아있습니다.
그저 인간에게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해서는 안 될 짓인지 고민해 보면 됩니다.
그게 이 책을 이해하고 괴테가 바라본 인간의 삶과 구원입니다.
이 책 어렵지? 내용도 너무 많아서 모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이것을 기억해!
✍�나의 한 줄 평✍�
나를 무조건적으로 신처럼 사랑해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나 자신!
2023년 12월 17일 올해의 열두 번째 독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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