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의 첫날. Mia와의 첫 만남.

교환학생 첫날, Golden Milch와의 악연

by 민써니

2023년 2월 16일.


오스트리아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 빵 한 조각과 함께 전날 비엔나 중앙역에서 잊을 수 없는 행복을 선사했던 카페 ANKER에서 ‘Golden Milch’라는 낯선 음료를 주문했다. (뭔지 알았다면 안 시켰을텐데...ㅠㅠ)

그땐 몰랐다. Golden Milch가 우유에 강황과 생강을 넣은 건강 음료라는 걸!!!

나는 평소 강황도, 계피도, 생강도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한 모금씩 삼킬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날 만큼 힘들었지만, 억지로 다 마셨다. 직원분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셔서 물어볼 수도 없었기에 속으로만 다짐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독일어는 꼭 제대로 배워와야지!’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 (a.k.a 일명 빈(Wien))에서 클라겐푸르트까지는 기차로 약 4시간.

하지만 4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행복했다. 창밖으로 펼쳐진 알프스 산맥과 그 사이에서 풀을 뜯는 소와 염소들을 보다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 순간, 내가 정말 유럽 한가운데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그렇게 클라겐에 도착 후.

부족한 살림을 채우기 위해 이케아에 가보기로 했다. 기숙사 친구 Jam이 친절하게 가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내가 엉뚱한 버스정류장에 서 있자 결국 영상통화까지 걸어 알려줬다.


덕분에 무사히 시내를 지나 이케아로 향할 수 있었지만 곧 첫 번째 관문에 부딪혔다.

버스 티켓을 어떻게 사야 할지 전혀 몰랐던 것.


유럽은 처음이었고 버스는 더더욱 처음이었던지라 우리나라처럼 교통카드를 찍으면 될 줄 알고 카드를 꺼냈는데 기계조차 없었다. 놀라서 두리번거리는 사이 버스는 출발했고, 나는 그냥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간신히 용기를 내서 개미 목소리로 기사님께 다가가 영어로 물어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기사님도 영어가 서툴렀을 뿐인데 나에겐 그 상황마저도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지나던 순간 내 또래로 보이는 아시아계 여학생이 똑같은 난관에 봉착한 걸 보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H… Hello? Are you first here?”


그녀도 오늘 막 클라겐푸르트에 도착했다며, 어떻게 버스 티켓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왜인지 동지애가 생겨 그녀와 함께 어색한 영어와 부족한 독일어를 섞어 함께 현금을 내고 티켓을 사게 되었다.


이케아까지 가는 길은 제법 길었다.


감사하게도 그녀 또한 나와 목적지가 같다고해서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그녀 또한 나와 같은 클라겐푸르트 대학교 학생이었고,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였다. 원래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이번에 로봇학으로 새 출발을 한다는 이야기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에서 온 그녀의 이름은 Mia(미아).


우리는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같은 두근거림을 안고 도착한 2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금방 친해졌다. 함께 밥도 먹고 쇼핑도 했는데 모든 순간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그녀 덕분에 쇼핑을 마치고 늦은 밤 버스를 기다릴 때도 둘이었기에 전혀 무섭지 않았다.

비록 쇼핑을 마치고 나니 시간이 늦어 버스 정류장을 찾기도 어려웠고 버스 또한 야간운행시간을 바뀌어 30분에 한 번씩 버스가 왔지만 둘이라서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첫날부터 훗날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될 절친을 사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우연한 만남이 교환학생 생활 전체를 지탱해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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