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렴.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너도 이런 고민을 할 나이가 되었겠구나. 30년 뒤에는 워낙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질문 자체를 안 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골드미스가 참 많은 것 같구나. 점점 이런 능력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골드미스의 딸을 가진 교회 권사님들은 애가 타시는지, 주변에 보는 사람마다 괜찮은 신랑감 소개 좀 하라는 말도 많이 하시더라.
만약 30년 뒤 네가 결혼을 안 했다면 엄마도 그럴까? ^^“
한 골드미스와 잠시 이야기를 했단다. "결혼 꼭 해야 하나요?" 그녀의 질문이다. 친구들 사는 거라든지 주변 사람들의 결혼 생활을 보면 딱히 행복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예쁜 아이들을 보면 결혼은 하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남자들을 만나보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확! 달아나 버리니... 아마도 결혼은 어려울 것 같다며 이미 반 이상은 자포자기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그러면서 내가 롤 모델이라는 말을 해 준다. 물론 듣기 좋은 소리라는 걸 엄마도 모르는 건 아냐. 하지만 그들이 봤을 때, 그냥저냥 결혼해서 예쁜 딸 낳고,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한다. 자신은 욕심이 없다며.... 아주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인데, 그분이 말하는 평범함에 엄마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더라.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평범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범주 안에 들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느껴진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는 질문에 "결혼하고 싶으세요?" 하고 반문해 보았단다.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좋은 사람도 없고... 또 언제 만날지도 모르겠고 ... 좋은 사람들은 이미 유부남이거나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들뿐이네요" 그녀의 대답이다.
“결혼하면요, 지금까지 자유롭게 살았던 거 못 할 수도 있어요. 아이 때문에 결혼한다고요? 아이 때문에 힘들어져서 자포자기할 때도 있어요. 포기해야 할 것도 많고, 점점 아줌마처럼 변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느낄 수도 있어요. 친하기 어려운 시댁을 만날 수도 있고요, 남편은 말 그대로 남의 편이에요. 내 편인 줄 알고 결혼했다가 그대로 뒤통수 맞기도 하지요. 결혼하면 그 남자의 몰랐던 단점들이 더 눈에 들어와요. 지저분한 모습도 많이 보게 되고, 내 앞에서 방귀 뀌는 그 모습에 질리기도 할 거예요.”
"지금 저한테 결혼하지 말라고 이런 말씀해 주시는 거죠?" 그녀는 한숨을 쉬며 그래도 긍정의 대답을 기대했는데 이런 대답을 한 엄마에게 오히려 조금은 실망한 모양이더라.
“하지만, 아이는요... 그 모든 것을 다 잊게 해 줘요. 나를 힘들게 해도 사랑스럽고요. 미소 짓게 해요. 다른 거 때문에 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도 이 아이의 미소 때문에 용서하게 되는 것도 있답니다. 내 아이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미웠던 남편도 이 아이 때문에 고맙게 생각되네요. 아줌마 같은 내 몸매. 그리고 뭘 해도 뼛속까지 애 엄마같이 변하는 내 모습에 실망도 하지만, 이 아이의 엄마라는 게 좋아요. 만약 하나님이 나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다면,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삶과 세인 엄마로서의 삶.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않고 세인 엄마를 선택할 거 같아요.”
엄마의 대답은 이랬어. 정말로 진심이었단다. 그리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면 아직은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니 하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의 등 떠밀음에 결혼하는 건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상대편에게도 무척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했다. 늘 결혼해라!라는 말만 듣고 산 그녀에게 엄마의 말은 충격이었을까? 하지만 엄마는 결혼이란 꿈만 같지 않다는 것. 그리고 최악의 경우만 있지도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단다.
결혼. 정말 해야 하는 건지 망설이는 사람에게 뭐라고 이야기해 주면 좋을까? 생각난 김에 주변에 물어봤다. 요즘에는 SNS가 워낙 잘되어 있다 보니, 카톡으로 한꺼번에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구나. 카톡의 그녀들의 대답은 “굳이...” 였단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그녀들의 대답도 비슷했단다. 결혼은 꼭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정말 요즘 뉴스에서 나온 말처럼 선택이지 필수는 아니라는 말을 느낌표 수없이 붙이면서 말해주더라. 그런데 웃긴 것이 그녀들의 덧붙임 말은 “아이는 정말 예뻐요.”라는 것이다.
그녀들이 그렇게 대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엄마 생각과 비슷할 거야. 결혼을 해서 실망한 경우는 많았지만, 아이를 낳고 순간순간 힘들거나 아이 때문에 포기하는 일도 많고, 절제된 생활을 하게 되었을지라도 내 아이가 예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아이 덕분에 얻은 행복감이 크기 때문에 “아이는 예뻐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 친구들은 대부분 29살을 넘기지 않고 결혼을 했단다. 그 친구들이 엄마가 골드미스 때 내게 했던 이야기도 똑같았다. “결혼하지 마! 굳이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아이는 한번 낳아 볼 만해!”라며 실컷 신랑 욕 시댁 욕을 한 바가지씩 해 놓고선 결국에는 신랑 보고 “나 좀 태우러 와줘~” 하며 신랑 차를 타고 돌아가는 그녀들을 보며 혼자서 쓸쓸히 택시를 타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구나.
그런데 웃긴 건 지금 엄마도 그녀들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지금 이 사람과의 결혼은 고려해 보겠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세인이 엄마는 되고 싶구나.
결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단다. 그러니까 해!라는 말은 정말로 무책임한 말이다. 그러니까 하지 마!라는 말도 무책임하다. 애는 예쁘니까 애만 낳아라!!라는 더더욱 무책임한 말은 하기 싫구나.
하지만 결혼 꼭 해야 해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런 생각이 들 때 결혼하지 말라고는 이야기하고 싶구나.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할 일이 꼭 있듯이 반드시 좋은 일만,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란다. 네 마음에서 울림이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말 그 사람의 어떤 조건이 아닌, 그 사람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함께하고 싶고, 책임을 함께 나눠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엄마도 결혼에 있어서 네게 이래라저래라 말은 하고 싶지 않구나. 왜냐하면 어떤 말을 하든 그건 잔소리거든. 그리고 말이 많아지다 보면 엄마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단다. 분명한 건 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라는 것! 엄마는 이렇게만 말할게.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엄마는 너를 안아줄 거야. 설령 네가 섣부른 선택으로 이혼을 한다 하더라도 엄마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거다. 분명 너도 네 인생을 쉽게 결정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고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정말로 힘들었을 너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것이 엄마가 해야 할 일이니까.
어떤 선택을 하건 엄마는 네 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렴.
너의 어떤 모습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엄마가
PS. 진짜 잔소리라 생각할까 봐 여기에 대해서는 일언의 말도 안 할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