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미친 듯이 자신의 삶에 용기를 내보렴
엄마는 늘 늦는구나. 뒷북이기도 하고...
남들 다 끝나서 내려놓을 때쯤 혼자서 동영상에 빠져서 매일 밤 잠 못 이루고 있다니...
실은 엄마가 너한테 “영상 그만 봐라!”라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네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볼 수밖에 없었단다. 아침에 유독 피곤해하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 책 좀 그만 봐”라는 말을 해주는 너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찔렸는지... 이제야 고백을 하는구나. (^^“)
엄마가 매일 밤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본방 사수하지 못해서였어. 처음에는 쌘 언니들의 이미지도 그렇고, 왠지 싸움과 연결된다고 하니 거친 이미지와 말이 연상이 되니까 그게 싫더라.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건 꼭 봐야 해!!!”라는 말에 한번 보게 된 영상이 매일 밤 잠 못 이루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니.!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이것도 보셔요!’하고 투척해 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것 같구나. 영상을 보면서 생각해 봤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에 빠져드는지... 그녀들의 매력은 무엇인지...
춤을 잘 춰서도 멋졌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커다란 긍지를 가지고 있었고, 너무나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그 길을 가는 그녀들이기 때문에 멋져 보였단다. 삶이 힘들어도 웃을 수 있고,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당당히 그것이 길거리든 어디든 춤을 출 수 있다는 그녀들이 정말로 멋져 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굴에 빛이 난단다. 그녀들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아무리 센 이미지의 화장과 피어싱, 문신 등을 하고 나왔어도 춤을 사랑하는 그 순수한 마음은 그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보이더구나.
댄싱 파이터로서 교만하게 보일 만큼 자신감 넘치는 모습 또한 엄마는 좋게 보였단다. 그만큼 춤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최고야!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넘쳐 보이는 게 미워 보이기는커녕 부럽기까지 했다.
항상 겸손해야 하고 못 한다고 말해야지만 미덕으로 보였던 엄마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지.
우와!!! 역시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오는구나!! 를 다시 한번 깨달았단다.
엄마는 네게 겸손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구나. 예의를 벗어나는 행동만 아니라면 못 한다고 발뺌하는 것보다 실력을 키워 스우파 언니들처럼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사는 게 훨씬 더 멋져 보일 것 같다.
그동안 댄서라는 직업은 백댄서라고 해서 연예인 뒤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말했단다. 자신들을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수입으로 연결되기도 쉽지 않았고, 메인이 아닌 들러리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부모들이 말리는 직업 중에 하나였지. 그런데 그녀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더라. 엄마도 그녀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참 멋진 여성들이구나를 알게 되었단다.
한 멤버는 그녀의 직업을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부끄러워했는데 이제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으니 부모님이 다르게 본다며 펑펑 울 때 엄마도 같이 목이 멨단다.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또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하는 마음에 안타까웠단다.
양쪽 다 쉽지 않았을 것 같구나.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글쎄... 엄마도 뭐라고 장담하기 어렵겠다. 네가 살아갈 시대는 분명 지금의 시대와는 다를 거야. 유명한 미래 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의 40억 개의 일자리 중 20억 개의 직업이 없어진다고 했다. 10년 후면 너도 너의 직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런 나이가 되겠지. 그럴 때 엄마가 제대로 조언이나 할 수 있을까?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엄마도 발맞춰 간다고 해도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잡기가 너무나도 어려워졌어. 아마 조언을 네게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런데 엄마는 말이야. 이번 스우파를 보면서 든 생각은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생각들이 다 틀렸다는 것이지. 댄서는 굶어 죽는 직업이라는 어른들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거야. 40억 개의 직업 중 어떤 직업이 완전히 뒤집어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새롭게 생긴 직업이라면 더더욱 그 앞길은 모르는 거란다. 누군가 조언을 해 줄 수도 없고, 네가 스스로 그 정보들을 수집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 수가 있어. 그 길이 얼마나 힘들지 엄마인 나조차도 모르기에 네게 험한 말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 엉뚱한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단다. 아마 네가 가장 잘 알겠지. 그것을 얼마나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어 하는지...
스우파에 나온 여성들을 보니 대부분 이런 여성들인 것 같더라. 부모에게도 인정받지 못했고, 사회에서도 좋은 시선을 받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 시기에는 모든 행사가 취소가 되어 수입도 없었다며 댄서로서의 삶도 걱정했다고 하더구나.
좋아하는 댄서의 일을 유지하기 위해서 옷을 만들어 파는 여성들도 있었고, 다이어트 강사로서 적은 페이를 받으면서 일하는 여성들도 있었단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방송에 나온 이유는 ‘춤을 계속 추고 싶기 때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 이들이 유독 빛나 보이는 이유를 이제야 더 잘 알겠더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선택했던 그녀들.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가 맞다고 생각이 들면 그것을 밀고 나갔던 용기. 한 번쯤은 미친 듯 자신의 삶에 이렇게 용기 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것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엄마는 네가 후회 없이 살아봤으면 해. 후회란 살아있는 사람에게 지옥이란다.
엄마는 네 삶이 지옥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게 살아봤으면 좋겠어.
한 번뿐인 인생이잖니...
솔직히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도 없고, 힘든 길을 가는 네게 박수쳐주며 오랜 시간 기다려 줄 자신이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네가 정말 그 길을 가고 싶다면 엄마는 말릴 재간은 없는 것 같아. 고생하는 너를 보면 혼자서 마음 아파하고 있겠지. 그런데 그냥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
네 인생은 엄마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는 어떤 것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단다. 엄마는 네 인생에 있어서는 조연일 뿐이지. 엄마는 엄마로서 너를 믿어주고, 네가 네 길을 가면서 외롭고 지치고 힘들 때 끝까지 따뜻하게 맞아주고 밥해주는 사람이야. 그걸로 네가 힘을 얻어서 다시 그 길을 간다면 엄마는 그것으로 만족할 거란다.
여기 나온 사람들도 길게는 20년 이상 짧아도 10여 년 동안 춤을 춘 사람들이더구나.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녀들이 춤을 췄던 20여 년 동안 어떻게 견뎌왔을까?
모니카라는 댄서가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더구나. “계속 버텨라. 계속 보여줘라. 익숙해질 때까지. 그렇게 꾸준하게 했더니 세상이 바뀌더라.”
후... 역시 버텨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20년 만에 빛을 본 그녀도 어쩌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가라!” “해라!” 그리고 “버텨봐라!” “네 인생 한번 네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불 질러 봐라!” 진짜 해볼 때까지 다 해봤는데 그래도 안 된다고 생각되면...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 그때 그만둬도 돼.
아무도 네 인생에 뭐라고 하는 사람 없어. 그게 엄마라도 말이야...
네가 옳다고 생각이 들면, 그 일이 다른 사람들을 해치거나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한 번쯤 해 봐도 된다는 게 엄마 생각이야.
후회 없이 네 삶을 살아봐라! 그게 엄마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인 것 같다.
나 또한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엄마가
Ps. 그래도.... 네 몸에 피어싱을 하거나, 문신과 짙은 화장으로 엄마가 놀라는 일이 생기는 건 쫴~~~~~금 말리고 싶구나. 하.. 하.. 아하하... 이렇게 말하면 꼰대라고 하겠지? 하.. 하.. 아하하... (어쩔 수 없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