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퀸스드림 Dec 02. 2021

도전에 자꾸만 실패라는 결과를 보게 될 때 읽어보렴.

삶에 있어서 실패는 당연한 것이란다. 잠시 시간을 가져보렴.

딸. 엄마야.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졌구나. 추위를 많이 타는 엄마에게는 다시 힘든 겨울이 찾아온 듯하구나. 추우면 꼼짝할 수도 없고, 외출하기도 힘들고, 계속 두꺼운 옷을 입게 되니 움직임도 불편하고, 아... 이럴 때는 정말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물신 드는구나.



정말 오랜만에 엄마가 너에게 편지를 쓴다.


대략 따져보니 10개월 만인 듯해. 지난 3월 이후로 엄마는 다시 글을 쓸 수가 없었단다. 물론 블로그에 매일 올리는 큐티는 하고 있었지. 하지만 너에게 쓰는 편지라든지, 그 외 엄마가 썼던 글쓰기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단다.



핑계를 대자면, 너무 속상했다는 말이 맞을 거야. 어린아이도 아닌데 글 쓰는 것에 대한 방황도 했었단다. 책을 써서 여러 곳에 응모했는데 다 떨어진 거야. 뭐... 떨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도 도전한 모든 곳에서 다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았단다. 실패의 경험들이 자꾸 쌓이다 보니까 두려움이라는 것이 생기더라.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내가 글을 잘 못쓰나? 그동안 책을 냈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아서였을까? 그동안 냈던 책들도 많이 팔리지 못했었기에 출판사 사장님만 보면 늘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었다. 출판사에 폐를 끼치는 기분이 들고, 나 때문에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 그 이후 엄마는 ‘팔리는 글을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글 쓰는 것을 할 수가 없었어.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마음을 한번 갖게 되니 글을 쓰다가도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게 팔리는 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금방 작아지게 되더라. 처음 초심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정말로 상업적인 글만 쓰려고 생각해 보니 한 글자도 적을 수 없었던 거야. 그게 10개월 동안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두려움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더라. 아무도 나에게 “글이 왜 그래요?”라고 했었던 사람 없었고, 오히려 출판사에서도 “계속 글을 써보세요!” 하며 나에게 글쓰기를 추천해 주셨다. 엄마가 글을 쓰지 못했던 10개월 동안 엄마는 2명의 독자에게 긴 장문의 편지도 받았고 그 감동이 감격으로 이어져서 계속 글을 써야겠다!라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멍하니 있다가 노트북을 덮고 나오기를 반복했었던 것 같아.



엄마의 초심은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나의 글이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거든. 그런데 생각해 보니 분명 한 사람은 넘었던 것 같구나. 엄마의 책을 읽고 엄마에게 연락을 주신 분들도 있었고, 엄마와 함께 지금 모임을 하는 분들도 보면 다 엄마의 글을 보고 오신 분들이야. 내가 글을 썼고 나와 마음이 통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엄마에게 연락을 주신 분들이시지.



그리고 그 덕분에 엄마는 계속 글을 쓰게 되었고, 지금은 여러 권을 출판해 본 작가가 되지 않았겠니.



그런데 왜 그 10개월 동안에는 이런 생각을 못 하게 되었는지 몰라. 그때는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가득 차서 자꾸 엄마를 주저앉게 하더라. 그러다 엄마가 누군가 추천해 준책을 읽게 되었어. 지금 엄마가 새벽에 하고 있는 큐티가 ‘욥기’거든.



그 부분을 읽으면서 묵상을 하는데 너무 어려운 거야. 목사님께 욥기를 이해할 수 있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_신달자’님의 책을 추천해 주셨단다. 책을 읽어보니 왜 이 책을 추천해 주셨는지 알 것 같더라.



우리나라 문학계를 주름잡는 신달자 선생님의 에세이였는데, 그분의 삶 자체가 욥의 삶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힘들게 살아났지만, 장애를 갖게 되었지. 그렇게 병간호를 하면서 24년을 지내온 것이야. 병으로 장애를 얻게 된 남편은 여러 번의 자살 시도로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다니게 되고, 이런 남편을 살려보겠다며 자신의 모든 시간과 돈을 들이고 정성을 쏟았지만, 팔이 부러지고, 입술이 터지도록 구타가 계속된 거지. 예전에는 왜 이렇게 남편들이 부인들을 때렸는지... 그 와중에 친정 엄마의 죽음으로 또 한 번 고통을 겪게 되었다. 시어머니 또한 병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셨고, 어린 딸 세 명과, 몸과 마음에 장애를 입게 된 남편과의 삶이 정말로 죽을 만큼 힘들었을 것 같구나. 아마 목사님은 이 분의 삶을 통해서 엄마에게 욥기에 대한 이해를 하기 원하셨을 거야.







그런데 있잖니,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감정을 얻었단다.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글을 잘 쓴 책을 보면서 감탄을 했었단다. 어쩌면 표현력이 이렇게 좋은지... 정말 책을 빨리 읽는다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그냥 일상적인 표현도 이분의 글로는 모든 것이 다 영상화되는 듯했다. 영화를 보듯 책이 그려졌고, 정말 주인공의 기분이 얼마나 비참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느껴졌단다.



이 분의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도 좋았지만, 글 솜씨에 반해서 질투가 날 정도였어. 역시 다르구나... 신달자 선생님이라서 그런가? 지금보다 출판 쪽이 더 어려웠던 그 시절에 글로 밥을 먹고 사는 것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까지 다 케어할 수 있을 정도였다니.. 부럽기 짝이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신달자 님의 근황을 검색해 봤다. 대학교수님으로는 은퇴하셨지만 80이 다 되는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멋진 여성작가로 계시더구나. 진짜 부러웠다. 그리고 진짜로 질투가 났다. 나도 그분처럼 이런 글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그런데 그분의 글 쓴 경력이 50여 년이라는 기사에 이상한 안도감이 생겼다. 나는 40대에 글쓰기를 시작해서 고작 4년 정도 된 사람인 것이야. 인지도가 없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내 글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것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나도 신달자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데... 이제 겨우 4년 해보고 이런 마음을 갖다니...



그리고 겸손하지 못한 발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단다. 그분만큼 내가 글을 쓰지 않았고, 글을 썼던 시간이 그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분처럼 앞으로 46년을 더 글을 쓴다면 그분처럼 될 수도 있을 거야! 이런 오만방자한 생각도 해봤다. 생각은 자유니까...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오만방자한 생각이 나를 자유롭게 하더라. 그때까지 엄마를 꽁꽁 둘러맸던 올가미가 풀렸고, 엄마는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야. 어떤 주제로 써야지 하는 것도 없이 그냥 너에게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마음에 바로 노트북 앞에 앉았단다. 신기하지?? 10개월 동안 정말 단 한 자로 쓰지 못했던 엄마였는데, 지금은 신들린 것처럼 노트북 앞에서 타자를 치고 있단다.



손이 엄마의 머리를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크크크)






생각해 보니 실패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구나. 지난 9개월 동안 한 글자도 치지 못했던 마음을 고스란히 느껴봤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단다. 그리고 엄마가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것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어.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도 갖게 되었고, 실패란 나에게 될 때까지 또 도전해 보라는 기회를 주는 말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앞으로 엄마는 계속 글을 써 볼까 해. 그리고 오만방자한 생각도 가지고 있을 생각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라는 방송에서도 보니까 요즘 신여성들은 쌘 언니의 이미지로 멋있게 인정받고 있더라. 남들이 보기에는 쌘 언니 이미지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캐릭터가 그녀들의 자신감을 나타내주는 것 같더라고. 그 모습이 겸손하지 못하다는 생각보다, 요즘 친구들의 저런 모습이 참 좋다... 라는게 엄마의 생각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남들이 뭐라 하던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삶. 멋지지 않니? 제대로 춤을 배운 적이 없다는 한 참가자는 당당하게 스트릿 파이터로서 뽐내는 모습에 엄마는 묘한 감동을 받더라. 엄마도 좀 그래보려고. 비록 팔리지 않는 엄마의 글이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 글을 보고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엄마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해준다면 그것으로 괜찮을 것 같다. 진심이야..



나도 내 글에 조금 더 당당해져 보려고. 내 글을 내가 더 사랑해 주고, 꾸준하게 써나간다면 언젠가는 출판사에게도 미안하지 않은 마음이 들겠지!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딸아. 너도 분명히 어떤 일을 했을 때 계속되는 실패를 맛보게 될 수도 있을 거야. 엄마처럼 자신의 실력을 탓할 수도 있을 것이고, 속상해서 혼자 눈물 흘릴 때도 있을 것 같구나. 그럴 때면 잠시 시간을 가져보렴. 서두르지 않아도 돼.



너는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던 것뿐이니까. 꾸준함에 이길 자가 없단다.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꼭 시간을 가지고 해보길...



10개월 동안 정체기에 빠져 한 글자도 쓸 수 없었다가

다시 웃게 된 엄마가





PS. 엄마는 예언가는 아니지만 너 또한 분명히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너 자신을 응원해 주렴. 실패는 삶에 있어서 당연한 것이다. 실패는 지는 것이 아냐. 그것을 배움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름이 단다. 실패해도... 수없이 넘어져도 너는 엄마의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것을 잊지 말렴. 너의 어떤 모습도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읽어보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