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거덕 거리는 내 인생 좀 더 부드럽게 바꿔보고 싶다면

나의 복을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게 해 주세요.

by 퀸스드림

코로나 이후 여의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여의도뿐 아닐 것이다. 최고속 승진자들이 최고속으로 퇴사를 당한 사례들을 많이 봤다. 아직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놈의 코로나가 뭔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많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요즘이다.



사장님 방에는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예전에 증권가에서 주름을 잡으셨던 분, 어느 대기업에서 한가락하셨던 분, 그 외 국가 기관에서도 유명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그냥 동네 할아버지로 전략하신 분들도 계신다. 왕년에 주름잡으셨던 분들이 많이 계셔서 뭔가 요구를 하셔도 아주 당당하다.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도와달라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맡겨둔 돈 찾아가는 것처럼 당당한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 나가시면 오히려 내가 흥분해서 “사장님 저분한테 돈 꾸셨어요? 어쩌면 저렇게 당당해요? 옆에서 듣기 너무 얄밉네요!라고 하니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뭘 그렇게 인생을 퍽퍽하게 사냐? 친구에게 쓸 돈의 한계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팍팍 써라. 그럼 너도 기분 좋고 친구도 기분 좋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자꾸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갑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분들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늙으면 친구밖에 없는데, 친구가 올 때마다 미운 마음이 드는 자기 자신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어떤 친구가 와서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는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정말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인생 너무 퍽퍽하게 살지 마라. 언젠가 네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사장님처럼 돈이 많거나 이렇게 번듯하게 사업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 봤다. 그런데 그것만 믿고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서 사장이라는 직업은 참 외로운 자리이고, 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참 힘든 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장님의 현명한 결정을 듣고 나도 좋은 것은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나도 내 급여에서 얼마 정도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할 돈으로 떼어놓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펑펑 쓴다.




카톡에서 누군가 오늘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커피 한 잔과 케이크를 쏜다. 누군가의 생일이면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키기도 하고, 승진의 고배 주를 마신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만약에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쓸 돈을 따로 떼어놓지 않았다면 돈이 있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돈이라는 게 있으면 어딘가에는 사용하게 되어있다. 내가 만약 누군가를 위해 쓸 돈을 따로 챙겨놓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곳에 썼을 것이다. 이렇게 한계를 정해놓고 쓰다 보니 어떤 달은 돈이 남아서 나 자신에게 쏘기도 한다. 그러니까 괜히 기분이 좋다.



사람들에게 돈 쓰는 일이 그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일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타인을 행복하기 위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에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지인들을 보며 내가 돈을 벌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작은 선물에 이렇게 큰 감동을 받다니... 내가 더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게 바로 돈을 버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누군가 힘들다고 하는 말이나,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말에 그냥 넘어가지지 않게 된다. 나는 그 사람에게 커피 한 잔을 보냈을 뿐인데, 그 커피 한 잔은 더 큰 복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올 때가 더 많았다. 나는 커피 한 잔을 흘려보냈을 뿐인데, 그것이 더해져서 나중에 홍삼이 되어 내 선물함을 채울 때도 있다. 그 외에도 늘 나의 카카오톡 선물함에는 여러 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전에는 기도할 때 복을 달라는 기도를 했는데, 이제는 그 기도가 달라졌다. 복을 흘려보낼 수 있도록 기도한다. 나에게 온 복이 나에게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내게 온 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과 재정을 허락해 달라고 기도한다. 누군가 내게 커피 한 잔을 보내주면 나는 또 다른 친구에게 커피 한 잔을 흘려보낸다. 그 커피가 어느 누구에게 또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커피가 전달될 때마다 복이 흘러넘치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복들이 넘치면서 닭고기같이 퍽퍽했던 내 인생에 부드럽게 마블링이 돌기 시작했다. 혹시 그동안 “나에게 복을 주세요.”라고 기도했던 분이 계시면 그 기도를 바꿔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복은 남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나게로부터 흘러가게 하는 것이 가장 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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