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덮을 장점 한 가지만 더 찾으면 돼.
아... 진짜 그렇게 고르고 골랐건만...
나는 늦은 결혼을 했다. 딱히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급하게 할 필요도 없었다. 다행히 나대신 동생들이 먼저 가 줘서 그나마 우리 엄마의 한숨은 덜어 드린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큰 딸이 안 가고 저러고 있으니 계속 눈에 밟히는가 보다.
30대 중반이 넘은 딸이 일하다 늦게 들어갔어도 “왜 늦게 들어와!!!”라는 잔소리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그런데 왜 결혼은 안 하는 건데?”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 모진 서러움과 차별을 극복하면서 선택했던 사람인데 나랑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정말 내게 로또 같은 사람이다. 그때 엄마만 나를 안 볶았어도.. 이런 서툰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화가 날 때마다 괜히 엄마 탓을 하게 된다.
내가 회사 사장이라면 자르기라도 하는데, 자를 수도 없고…….
물론 사장님이라고 해서 직원을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마음을 갖게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도 이런데 사장님은 오죽하실까...
3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지나쳐갔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이름이며 그 사람의 생일까지 다 기억했는데, 이제는 300여 명의 사람들이 되다 보니 사람들 기억하기 어려워서 얼마 전에는 직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웹까지 만드셨다. 직원들이 많다 보니 서로 간에 험담을 할 때마다 사장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다.
“세상에 너랑 딱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00점 만점에 51점만 되면 돼. 이래서 자르고 저래서 자르면 아무도 나랑 일할 사람이 없다. 너는 100점인 줄 아니? 너도 51점이야! 다 자르고 너랑 나랑 둘이 일할래?!?!”
기대치가 낮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나, 관대하다고 해야 하나... 51점이라는 낮은 점수라서 내가 살아있는 것 일 수도 있다. 51점이라는 것은 미운 점이 많은데 그래도 좋은 점이 미운 점 보다 한 개가 더 있기 때문에 51점인 것이다. 딱 하나만 더 찾으면 된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할 만한 이유를... 그런데 그걸 찾기가 해변에서 동전 찾는 것만큼 어렵다.
사장님은 30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별의별 사람들과 함께 하셨다. 아마도 그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적이 많아서 지금과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나 싶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 단점을 덮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그걸로 덮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대해서 어려워한다. 나도 쉽지 않았다. 아버지의 독특한 AB형 중 소심한 A형을 닮았고, 엄마의 대범한 O형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어떨 때 보면 O형의 대범한 성격으로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A형의 소심함이 나오기도 했다.
결혼 전에는 까다로웠다. 굳이 두루두루 친할 필요도 없고, 내 할 일만 잘하면 됐었다. 여직원들하고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지냈고, 서로 힘겨루기 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서로가 일과 연결되고 필요해 의해서 만나게 되는 관계이니 적당한 거리를 두며 잘 유지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평가하게 되고 계산하게 된다. 단점을 발견하면 눈살 찌푸리게 되고, 굳이 장점을 찾으면서까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됐다. 서로가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잘 유지해 주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경력단절의 기간 동안 나도 모르게 관계에 있어서 훈련이 된 듯하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의 생활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관계들과 대면하게 되었다. 시월드과의 관계 또한 그렇고, 처음 경험해 본 아이와의 관계, 그리고 아이의 또래 엄마들과의 관계, 모임 사람들과의 관계도 지금 생각해보면 관계 훈련의 기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때의 관계들은 내가 노력해야 하는 관계들이다. 노력해서 되는 관계가 있고 되지 않았던 관계들을 통해서 많이 깨지게 된 것 같다. 지금은 굳이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며 있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내게 붙어 있는 살들처럼 두루두루 잘 지내려고 한다. 넉넉해진 것은 비단 살 뿐만 아니다. 관계들을 넓히는 만큼 마음 그릇도 넓어졌다. 내가 빼족하게 있을 필요도 없고, 나의 단점들을 똑 닮아 가는 아이를 보면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한다. 그게 관계에 있어서 좋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화가 날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때는 어떻게든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이유는 찾는다. 측은하게 보려고 노력한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다 용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을 바꿔버리니 그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서로가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점수가 딱 51점인 것 같다. 딱 한 가지만 찾으면 된다. 단점을 덮을 수 있는 장점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