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그렇게 살아봐야지 할 수 있는 이야기
아침 기상 5시. 나만의 루틴을 돌고 6시 45분 아이와 함께 출근.
7시 친정 도착. 아이 가방이랑 옷 그 외 유치원 메모장 확인 후 간단히 아침을 먹고 7시 반 출근. 8시 반 도착 후 회사에서 하루 일과 시작. 6시 반에서 7시 사이 퇴근. 8시 친정에 가서 저녁 먹고 아이 데리고 집으로 오면 9시. 씻고 간단히 집 정리하면 10시. 1시간 정도 아이와 책도 읽고 숙제 있는 거 봐주면 11시 취침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위의 스케줄에서 특별하게 어긋나는 게 없다. 가끔씩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이 잡히면 지하철역 근처에서 만나 1시간~1시간 반 정도 후딱 만나고 9시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의 정해진 생활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생활이 별로 없다.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지만 내 시간을 확보하는데, 그러기에는 내가 나이가 많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회사 생활에도 지장이 있고, 나 또한 멍하게 하루를 보내는 게 싫다.
모든 워킹맘들이 한 번쯤 가져본 마음이겠지만, 왜 결혼하고 나만 생활이 바뀌는 것인지, 그렇다고 아이가 싫은 것도 아니고, 이제 아이는 내 삶에 없으면 안 될 만큼 소중한 존재인데, 그 존재감이 내 삶에 많은 것을 차지하게 되는 것 같아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선배맘들이 말한다. 지금 그때밖에 없다고.. 시간이 더 지나면 아이는 내게 오지도 않고, 아이도 바빠져서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 지금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기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불평불만을 갖지 않고 허둥지둥 거리면서도 시간을 쪼개서 내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늘 빠른 걸음으로 다니거나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점심도 후딱 먹고 와야지, 그 시간을 쪼개서 책 읽은 거 정리라도 한다. 그전 같으면 밥 먹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동료 여직원들과 수다도 떨면서 보냈는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별로 없다. 다행히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공통된 이야기도 없고, 오히려 내가 빠져 주는 것이 그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빠져주는 것도 있다.
그리고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많아서 핸드폰 스케줄란에 빠듯한 스케줄이 가득하다. 누가 보면 연예인 스케줄인 줄 알겠지만, 실은 스케줄이 아니라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을 빽빽하게 적어 놨다.
늘 분주한 내 모습이 사장님 눈에도 보였나 보다. 나의 이런 모습에 사장님은 “좀 편안하게 살아라. 이만큼 살아보니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더라”라는 말을 해 주셨다.
내가 보기엔 사장님도 아등바등 사셨던 분이다. 게다가 몸까지 불편하시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셨고, 노력도 많이 하셨다. 지금은 나이 탓이라고 하지만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주무시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사셨던 분이 내게 해주는 조언이다.
가끔씩 나도 생각해 본다. 내가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 누가 시켜서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욕할 수도 없고 그냥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리 엄마나 내 동생들도 늘 내게 하는 말이 있다. “너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사냐?” “언니는 왜 그렇게 살아?” 식구들이 보기에도 내 모습이 좋아 보이기는커녕 아등바등 사는 딸이 안타까워 보이는가 보다.
내가 이렇게 산다고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뜩 '나 왜 이렇고 살지?' 하고 생각해 보면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육아하고 일하느라 내 시간이 없지만, 어떻게든 쪼개서 내 시간 만들어서 그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쓰는 게 나는 좋다. 솔직히 잠자는 것보다 좋다. 그러니까 새벽에 일어나지 말라고 해도 눈 비비며 일어나는 것이고, 책 읽지 말라고 해도 차 놓고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책 읽는 것이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이렇게 헐떡이며 사는 내가 힘들다고 투덜거릴 때도 있지만, 싫은 것보다 좋은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아등바등 거리면서 사는 거다. 정말 싫으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할만하니까 앙탈 부리면서도 하는 것이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 번 밖에 없는 내 인생에 충실해 보고 싶기도 하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요즘 수많은 책들을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 느리고 천천히 가자는 말, 나무늘보처럼 살자는 말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그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나를 보면 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열심히 살자고 하는 것보다 그냥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많이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아이가 있어서 시간이 없더라도, 회사를 다녀서 여유가 없더라도 그 틈을 비집고라도 나 자신을 넣고 싶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거다.
그렇게 해 봐야 시간이 지나 나도 사장님 나이처럼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살아봤는데,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더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