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서 잘하자! 아님 말고!!
보면 안 될 것을 봤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어보다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글을 잘 쓴 사람의 글을 읽게 되었다. 지하철에서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책을 보면서 다녔는데, 그날은 그분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브런치의 글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은 그분이 처음인 것 같다. 프로필을 보니 방송작가란다. 어쩐지... 입에 착 달라붙는 글과 빵빵 터지는 그 유머러스한 부분은 만화책 읽는 것도 아닌데 계속 키득키득 거리며 다음 회를 기다리게 했다. 그렇게 웃다 보면 글이 끝나는데 말미에는 생각하게끔 화두를 던지는 그분의 글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나는 그분의 글을 다 읽고 다시 내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글을 한참 쓰다가 내 글이 너무 심각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어느 부분에서 웃음거리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내 글은 세상 심각하고 유머러스한 부분을 찾으려고 해도 없다. 자꾸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들기 시작했다. 웃겨야 하는데... 웃겨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글을 계속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 결국에는 몇 시간째 키보드에 손 만 올려놓고 누르지를 못하고 있다.
비교하면 안 되는데 자꾸 비교가 된다. 세상에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은 괜한 시간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나에게 없는 매력들을 장착한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것 같다.
예전에 사장님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나처럼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일반 사람들보다 100배 더 노력해서 골프 치는 것을 봤다. 그런데 그게 좋아보이지 않고 안타까워 보이더라. 나 같으면 못하는 거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봤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보다 덜한 수고를 했다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웃기지 않는 내가 유머러스한 글을 쓰려고 하니 결국에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존감에 관한 책이라든지 자기 계발서를 읽었어도 현실 앞에서는 이렇게 무너지나 보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글을 잘 쓰는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사장님은 골프를 치지 않으신다. 만약 정말로 하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처럼 무리해서라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자신의 즐거움을 찾으셨다고 한다. 언어 공부. ‘공부가 취미예요’라고 말하는 이상한 취미이지만, 언어 공부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하셨다. CNN 뉴스가 잘 들릴 때의 쾌감, NHK 뉴스를 듣고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었을 때의 즐거움은 아는 사람만 아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남들이 잘 모르는 단어를 나만 아는 것 같은 즐거움과 그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줬을 때의 짜릿함은 정말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분인 것 같다. 나 또한 언어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에 전환이 필요하다. 굳이 내가 못하는 부분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웃기지도 않는 내가 유머러스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지날 주말 내내 겪어봤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서 잘하면 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육아 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6년 동안 꾸준하게 쓴 일기를 책으로 만들었더니 32권이 되었다. 그리고 성경이 어려워서 공부를 하게 된 지 올해로 4년 차가 된다.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는 QT (Quiet Time)도 시작하고 나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데, 이것도 4년 차가 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모임도 올해로 4년 차가 된다.
잘하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못하기 때문에 잘 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아직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기만족에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언젠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될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배우들도 보면 아주 오랫동안 무명으로 있다가 조연으로 활동하면서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다. 내가 알기론 라미란이라는 배우가 그랬고, 이정은이라는 배우가 그랬다. 이정은 님의 인터뷰를 어디서 본 적이 있었는데, 자기가 연기를 못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에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꾸준하게 그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상대해야 할 것은 글 잘 쓰는 방송작가님이 아니라, 자꾸만 흔들리는 나의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 길을 계속 가는 것,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내 눈앞에 들어와도 그 사람들의 천재성은 그대로 인정하고 먼저 보내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도 라미란이나 이정은 님처럼 빛날 날이 있겠지. 아니면 말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