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슴이 하는 말을 들어라.
요즘 우리가 마트에 가면 엄마보다 네가 더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라. 엄마는 살 것을 늘 머릿속에 넣어 가지고 가기 때문에 딱히 시간이 걸릴 것이 없는데, 우리 딸은 군것질도 잘 안 하면서 뭘 그렇게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이 많은지... 사다 놓고 먹으면 다행인데 늘 사는 재미만 즐기는 것 같아 엄마가 요즘 잔소릴 좀 하는 것 같다. 너도 느끼지?
그래서 엄마가 “그중에 딱 한 개만 사.”라고 하면 너는 “엄마~ 너무 어려워! 어떻게 한 개만 골라!!”라며 귀여운 표정을 짓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다 사줬다가 집에 뜯기만 하고 그대로 놔둔 사탕이며 장난감 들어있는 과자들이 점점 늘어나기만 한다.
진짜 다음부터는 엄마도 안 봐줄 거야. 딱 한 개만 고르라고 하고, 단호하게 나갈 테니까 아무리 예쁜 표정 지어도 안 돼. 알았지?
하지만 엄마도 네 마음 이해해. 선택을 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 엄마는 매일 점심시간에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하며 점심 메뉴도 고르기도 쉽지 않더라. 하지만 어떡하니?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 동안 정말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런 간단한 선택도 힘든데 앞으로 너의 인생길을 놓고 하는 선택은 정말로 쉽지 않을 거야.
엄마도 지금까지 살면서 정말로 수많은 선택을 했단다. 엄마의 선택이 다 옳지는 않았어. 어쩔 때는 너무나도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 후회가 막심하기도 했었지. 아마 엄마 또래의 사람들은 다들 이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클 거야. 그렇다고 엄마가 자녀의 선택권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단다. 설령 엄마가 길을 안내하더라도 최종 선택권은 네게 있는 거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네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싶고, 자유와 더불어 오는 책임감도 느끼게 해 주고 싶구나.
앞으로 우리 딸이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많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엄마의 사례가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해 줄게. 엄마는 말이야... 이런 선택 장애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단다.
만약 무언가를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한다면, 안 사는 걸로 결정했어. 고민을 한다는 것은 그 제품이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거야. 그럴 경우 제품을 산다면 분명 후회할 일이 생길 확률이 크지.
만약 무언가를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한다면 무조건 하기로 결정했어. 어느 책에서 보니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후회하는 일이 ‘내가 그때 그 일을 왜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가장 크다고 하더라. 그렇게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차라리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는 엄마의 생각이다.
이건 그냥 참고만 해줘. 엄마는 이렇게 규칙을 만들어 놓으니까 세상 편해지더라.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 하지만 인생길이 어디 이 두 가지 경우만 있겠니? 아마도 더 많은 문젯거리들이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도 너는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 거야. 그때 이거 하나만 알아줬으면 해.
다른 사람의 말보다 네 말에 더 귀를 기울일 것. 어쭙잖은 조언을 들을 바에 네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거야. 엄마보다도, 가까운 누군가보다도 너 자신을 먼저 생각해 보라는 것이지.
엄마도 나중에 너한테 “엄마 때문에! 엄마를 위해서! 선택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물론 그때는 속이 상할지도 몰라. 엄마도 인간이잖니. 엄마 말을 안 들어준다는 것에 잠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네 인생이다. 이것은 네 멋대로 살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네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지. 그 누구를 위해서도 절대로 희생은 하지 말아야 해. 그게 그 사람을 위해서도 좋단다.
엄마가 이 앞장에 네가 가진 것들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했지? 네가 줄 수 있는 한에서 다 주라고도 말했어. 그런데 이건 네게 희생을 강요한 말이 아니란다. 분명 말하지만 너를 죽이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살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구나.
비행기를 타면 안내 멘트가 나오는데 위급상황일 때 산소마스크는 자신부터 쓰라고 했다. 위급상황일수록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테지만, 우선 너부터 살고 난 다음 네 주변의 약자를 돌봐야 한다는 것이지. 이건 똑똑한 사람들이 몇 백 번의 데모를 거쳐서 낸 결론이란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야.
엄마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너를 위해 희생은 안 할 거란다. 만약 네가 너를 위해 희생했다고 하면 너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리고 내 인생 다 네게 건다면 아마도 엄마가 네게 바라는 점이 훨씬 더 많아지겠지. 우리 그렇게 살지 말자. 서로 진짜 사랑하기 때문에 홀로 설 줄 알아야 해. 엄마가 진정으로 바르게 서게 되었을 때 너도 그런 엄마의 모습을 더 좋아해 줄 거라 생각된다.
엄마도 마찬가지야. 너에게 따뜻한 밥 삼시 세끼 챙겨주는 대신 엄마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 김여나로서 더 행복한 사람이 될게. 우리가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란다.
이것 또한 엄마가 선택한 삶이다. 엄마는 너도 진짜 사랑하고 엄마 자신도 진짜 사랑하며 사는 삶을 선택했단다. 솔직히 너에게 희생을 하라 마라 하는 말도 엄마의 어쭙잖은 조언이고 최종 결정은 언제나 네게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렴.
이건 비밀인데.... 엄마도 외할머니 말을 진짜 안 들었어. 다른 사람들처럼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하지 않고 일본이나 호주에 가서 살았던 거 절대로 후회 않아. 결혼 빨리하라고 그렇게 구박을 받고도 늦게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에 대학원도 다니고, 일도 열심히 한번 해 보고, 미친 듯이 놀아보고,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던 경험들이 오히려 엄마한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 때문에 너를 너무 늦게 만난 게 조금은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지만, 너도 지금보다 젊은 엄마를 만났다면 분명 엄마의 뜨거운 열정에 너도 더 피곤한 생활을 했을지도 몰라 (^^) 좀 더 엄마가 나이 먹고 성숙한 상태에서 너를 만났다는 게 오히려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어떤 선택을 하던 가지 않았던 길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엄마는 엄마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너도 너답게 너의 선택을 믿고 나아가길 바래. 그래서 나중에 엄마 말 듣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네 인생을 뜨겁게 불태워보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늘 네 선택을 존중하는 엄마가
PS: 아~ 이런 소리는 진짜 하긴 싫지만, 그래도 너무 엄마 말을 무시하진 말아줘. ( ^^)
참고용으로 꼭 한 번은 다시 생각해 주면 진짜 좋겠다. 이런 말 해도 꼰대인가???? 이런 말은 직접 하기 너무 쑥스럽고 잔소리라 할까 봐 글로 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