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읽어보렴

그냥 꾸준하게 뿌리내고 가지를 뻗으며 봄을 기다려 보자.

by 퀸스드림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이제는 정말 연말을 맞이하는구나. 이번 크리스마스는 정말 쓸쓸하게 보낸 것 같다.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교회에도 못 가고, 집에서 신발 한번 안 신고 엄마와 주말처럼 보냈던 것이 가장 아쉬웠단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교회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성탄절을 즐겼을 것이고, 끝나면 다른 식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겼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맛있는 음식도 준비했을 것이고, 우리가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도 함께 나눠 먹었을 거야. 하지만 올해는 5인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말에 각자의 집에서 보냈었지.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보냈던 것 같구나. 엄마의 늦장 준비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늦어지자 산타 할아버지도 격리되어서 못 왔다는 말을 네게 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 줘. ^^“ 이것도 코로나 때문이겠지. 크리스마스라 택배량이 늘어나서 제때에 도착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들이 정말 많았을 거야. 택배 아저씨들이 엄청 고생하고 계시지만, 엄청나게 늘어난 양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 같구나.



정말 엄마도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19로 삶을 예측할 수도, 계획할 수도 없어져 버렸구나. 30년 후에는 분명 달라져 있겠지. 독감 주사를 맞듯 코로나 백신도 빨리 맞을 수 있을 것이고, 분명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것 같다. 그렇게 긍정의 마인드로 기대해 보자꾸나.






정말 삶은 모르겠다. 40년을 넘게 산 나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고, 60을 넘은 너희 조부모님들도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코로나19는 또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30년 뒤에는 분명 코로나19는 잡혔더라도 무언가 다른 바이러스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도 적응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이렇듯 갑자기 다가와 우리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곤 하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는 앞에서 겪어봤던 메르스 때처럼 몇 달 지나면 금방 나아질 줄 알았어. 그래서 크게 걱정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벌써 1년이 지나가도록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내년에 멈추게 될지, 후년에 멈추게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구나.



처음에 엄마는 당황하긴 했지만 나름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점점 길어질수록 엄마의 기분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게 되더라. 올해는 네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라 너랑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계획하고 있었거든. ‘여행으로 준비하는 초등 입학’이라는 팟캐스트도 하면서 초등 입학하기 전에 너와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아보려고 했었단다.



어린 너와 외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마는 겁이 나서 외출도 못하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집에서만 보내게 되니, 엄마도 우울한 기분이 들더라. 엄마가 선택해서 안 나가는 것이지만, 거의 엄마의 의지보다도 나가지 말라고 하는 누군가의 시킴(명령)에 의해서 못 나간다고 생각하니 더 갑갑하게 느껴지는 거야. 그 차이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정말 크더라.



누군가에 의해서 못 나간다는 것과 내가 스스로 안 나간다는 것. 결과는 둘 다 집 안에 있는 것이지만 못 나간다고 생각했을 때는 억울하고 속상하고 짜증까지 났지만, 안 나간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견딜만하고 집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게 되더라. 생각이 정말로 많은 것들을 바꾸는구나. 이건 정말로 참고해봤으면 좋겠다.






연말이라 한 해를 뒤돌아보게 된다. 올 한해 정말로 다사다난했다고 말할 수 있겠구나. 많이 속상했고, 많이 아팠고, 많이 우울한 적도 있었지만, 또 생각해 보니 코로나 덕분에 한 일도 있었다.



우선 엄마가 듣고 싶었던 수업들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나중에 회사 그만두게 되면 들어야지 했던 수업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단다. 이건 정말로 코로나 덕분이었어. 그리고 또 생각해 본다면 코로나 덕분에 일상의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는 거야. 마스크 벗고 다녔던 작년만 해도 일상의 감사함을 몰랐거든.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 당연한 것들을 못하니까 그때가 진짜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교회에 갈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사람들끼리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누군가와 걱정하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아마 30년 뒤에는 코로나가 종식되었겠지만 뭔가 또 다른 것들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때도 지금처럼 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처음에는 우왕좌왕했었던 것 같다. 빨리 끝날 것이라고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기대에 못 미치게 되었을 때는 우울함도 느끼게 되더라. 올해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극단의 선택을 한 사람도 정말 많이 있었을 거야. 제발 우리 딸에게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엄마의 가장 큰 바램이구나.



그래도... 그래도 혹시나 이번처럼 네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겼을 경우에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그냥 네 길을 꾸준히 가라!"라는 것이다. 초반에 엄마도 그러지 못했어. 이렇게 길어질 줄도 몰랐고, 또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했기 때문에 엄마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다들 힘들어하니까 엄마가 모임 사람들에게 “뭔가 한번 해 봅시다!!!”라는 말도 못 했어. 그냥 잘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잘 한다’ ‘감사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우리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단다. 코로나가 점점 길어져가고 이 모든 것이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엄마는 나태해졌던 생각들을 조금 바꿔서 지금까지 했었던 일들을 계속하기로 했단다.



글도 계속 썼고, 그 글을 가지고 여러 곳에 지원도 했지. 결과는 올해 도전했던 일들은 하나도 되지 않았어. 이건 코로나 탓인지 엄마의 실력 탓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실력 탓이겠지... ^^“) 어쩜 도전할 때마다 떨어지는지... 괜찮다 괜찮다 했지만 그날은 정말 속상하더라. 다 떨어져서 속은 쓰렸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울면서도 또다시 일어나서 다음 도전을 했던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잠시나마 희망을 걸었던 시간들이 설렘으로 남았었고, 떨어졌지만 또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었단다. 누군가는 이런 엄마를 보고 어리석다고 할 수도 있겠지. 차라리 도전하지 않았으면 마음 아프고 쓰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내 마음이 건강하지 않았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오면 정말 좌절하기도 했었단다. 그래도 엄마가 올 한 해를 정리해 보니까 다 떨어져도 몇 번씩 도전했던 것을 최고로 잘 한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더구나. 이런 경험이 네게도 좋은 기억이 아닌 아픈 기억만 남길 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딸아... 네 삶에 기회는 누군가가 주는 게 아니야. 네 삶의 기회는 자신이 주는 것이란다.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내 삶에 기회를 주고 싶었어. 계속 조금씩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어 나가면 봄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봄이 되면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목련은 아마 가장 추운 지금, 조금씩 영양분을 비축하며 뿌리를 뻗고 가지를 내리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할 것이다. 분명 코로나는 끝날 거야. 끝나고 나서 바로 꽃피울 수 있게 준비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느 계절에 피는 꽃이든 꽃은 다 아름답지만, 엄마는 목련 꽃이 필 때 가장 반갑고 곧 여름이 올 것 같은 신호탄 같아 기쁘더라. 네게도 이런 일이 생기도록 기회를 많이 줘봐. 코로나를 탓하지 말고, 주변을 탓하지 마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탓하는 것보다 너의 생각을 바꿔보렴. 그게 조금 더 네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구나.




꽃피우는 너를 기대하며

사랑하는 엄마가




PS : 너는 꽃보다 아름답다. 설령 지금 당장 꽃피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엄마는 네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잊지 말렴.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 나눌 주 아는 너라는 것을 엄마가 알기 때문에 더 많이! 더 듬뿍! 있는 거 다 퍼준다. 알지?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해서 잔소리처럼 들릴까봐 글로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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