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안고 시작하면 설렘으로 바뀐단다. 꼭 경험해 보길...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우리 딸이 초등학생이 되는구나. 그동안 참 잘 컸다. 네가 학교에 가고 엄마가 학부모가 된다는 사실이 엄마는 신기해. 기분이 어떠니? 엄마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며칠 전 취학통지서를 받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 늘 우편물은 엄마 것이었는데 네 이름으로 된 우편물을 받게 된 것부터가 새로운 느낌이었단다.
분명 너는 엄마의 걱정과는 다르게 잘 지낼 것이라 믿는다. 불안한 것은 엄마뿐이겠지. 지금까지도 잘 해왔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며칠 전 엄마랑 자기 전에 나눴던 대화 기억나니?
“초등학교 가니까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몰라. 그런데 조금 무서울 것 같아”라고 대답한 너. 2살 많은 언니들이 네게 초등학교에 대해서 무섭게 설명한 것 같더라. 언니들도 코로나 때문에 2학년을 제대로 가지 못해서 학교의 즐거움을 모를 수도 있겠다. 1학년 때는 아마도 적응하느라 학교생활도 쉽지 않았겠지.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무리겠지? ^^
무언가 새롭게 시작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도 네가 무서워하는 그 두려움에 대해서 알 것 같다. 엄마도 그랬어. 그리고 지금도 그래. 시작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한단다. 생각해 보면 엄마에게도 시작이란 신나는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엄마에게 있어서 첫 도전은 일본에서 살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부모도 없고 아는 지인 한 명도 없는 엄마에게 있어서는 오지와 같았던 곳에서 삶을 살아나갔던 것이 큰 도전이었어. 가진 돈이 없었기에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지.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때만큼 엄마를 살아있게 만들었던 시간들은 없었던 것 같다.
젊음이라는 큰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굽실거리기도 해 봤고, 언어가 안 돼서 100번 가까이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험도 있었지. 겨우 붙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언어 소통이 잘되지 않아서 점장한테 혼났던 기억이며, 억울한 일들이 많았고,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목이 메었던 적도 있었단다. 해외에 있으면서 통장에 0원이라는 잔액을 확인할 때는 두렵기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할 때도 있었더랬지.
그때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이며 꾸역꾸역 그 일들을 마쳤지만, 그러한 경험들이 엄마한테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는 것은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었단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니! 그런 경험들 덕분에 엄마는 그 이후 호주에 200만 원 들고 가서 1년 동안 살다 오기도 하고, 돈 없어도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 만약 엄마가 그때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가지 않았다면 물론 한국에서 부모님이 차려주신 밥을 먹으면서 편하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겠지.
엄마한테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물어보지 말렴. 그건 엄마도 모르겠더라. 아무리 책을 읽어도 두려움을 떨쳐버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떨쳐 버려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은 없더라. 그래서 엄마는 그냥 그 두려움을 안고 가기로 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는 거지. 그런데 말이야... 신기한 건 두려움을 안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그 두려움은 설렘으로 바뀌어 가더라. 안 했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지금껏 엄마는 수많은 도전을 했지만 “해서 후회됐어.”라고 생각한 건 정말 몇 번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하지 않았다면 진짜 후회했겠다.”라고 생각한 적들이 많았던 것 같아. 이건 정말 엄마의 경험이니 참고만 하렴. 하지만 엄마는 네가 그 두려움도 즐겼으면 해. 세상에는 네가 조금만 용기 내면 재미있는 일들이 정말 많단다. 혼자서 해외에 가서 살아보는 것도 두렵지만 해볼 만한 일이고, 돈 없이 일 저지르는 것도 해볼 만하단다.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어떻게든 해결되어가는 과정들을 직접 보게 되면 정말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싶어 미칠 지경도 생기지.
엄마는 네가 이런 경험도 해 봤으면 좋겠어. 분명 너는 나약하고, 경험도 없고, 돈도 많지 않다는 이유로 두려움이 생길 거야. 그건 정말 당연한 것이란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다 보면 네게 또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구나.
미리 말해두지만 도전이 꼭 좋은 일이고, 설레는 일들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란다. 도전 때문에 흘리는 눈물도 많을 것이고, 아픔도 많을 거야. 하지만 이것조차 네게 자산이 된단다. 엄마는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남의 돈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단다.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목메어 울어봤고, 다시는 그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엄마 자신을 키웠던 것 같아. 그때 흘렸던 수많은 눈물이 엄마를 성장하게 했다.
그때는 후회하기도 했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단다. 많은 문들을 두들겨보렴. 문을 열어 무엇이 너를 기다리는지 한번 경험해 보길 바란다.
너의 성장을 늘 기대하는 엄마가
PS. 너 살 안 쪘거든!!! 벌써부터 살쪘다며 몸매를 들여다보는 네게 이런 말 하면 잔소리라고 할까 봐 글로 쓴다!!! 그냥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라! 그리고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면보다 내면에 있다는 것!!! 내면까지 아름다운 네가 되길 바라며!!! _ 아~~ 진짜 이렇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하고 나니 진짜 나이 든 사람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