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대학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

상추 따는 것은 농업대에서는 가르쳐 주나요?

by 설리원

다른 날과 다름없이 나는 아침부터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날따라 냉장고에 반찬이 턱없이 부족했다.

“야, 밭에 가서 상추 좀 뜯어 와라!”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름에는 특히 밭에서 따온 싱싱한 상추로 쌈을 싸 먹는 게 일상이었으니, 별 수 없이 상추를 따러 가야 했다. 난 잠시 멈칫했다.

‘상추를... 뜯어 오라고?’

결혼 전에는 그저 반찬 그릇에 얌전히 놓인 상추만 봐왔지, 직접 밭에서 상추를 따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 내가 상추 따는 법도 모른다고 하면 얼마나 흉을 보실까...’ 난 속으로만 중 얼렸다.


밭에 도착한 나는 한참을 바라봤다. 상추는 초록빛으로 싱그럽게 펼쳐져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뜯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일단 봐왔던 대로 해보자.’ 미경은 상추가 깨끗이 정리된 모습만 기억하며, 밭에서 상추를 예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난 부엌칼을 가지고 와서 상추 뿌리 위로 반듯하게 잘라냈다. 한두 개만이 아니라, 상추 한 줄기를 아예 싹둑. 그리고 또 싹둑. 식구들이 먹을 만큼 넉넉히 자른 상추들을 깨끗하게 씻어 와서는, "이 정도면 되겠지?" 생각하며 흐뭇해했다.

“자, 다들 상추에 쌈 싸서 드세요!” 웃으며 상추를 내놨고, 온 식구가 맛있게 쌈을 싸 먹었다. 성공적인 한 끼였다. '휴, 오늘도 무사히 넘어갔네.' 나는 그제서야 안도하며 설거지로 향했다.


그때, 뒤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상추를 담았던 소쿠리였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시어머니가 서 있었다. 얼굴은 상추보다 더 초록빛이었다.

“이게 뭐냐?!” 시어머니는 벌써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소리쳤다.

“네? 상추요...?” 어리둥절했다.

“상추를 이렇게 다 베어 오면 어떡하니! 솎아내면서 잎만 따야지, 누가 다 잘라오래?” 시어머니는 쏟아지듯 소리쳤다.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것도 모르고 시집을 온 거냐?!" 그녀의 폭언이 날카롭게 이어졌다.


나는 속으로 ‘상추 하나 잘못 땄다고 이렇게까지 혼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내 마음속에는 서운함과 억울함이 차올랐다.

그날 저녁, 난 조용히 상추가 쑥쑥 자라는 텃밭을 보며 다짐했다. ‘다음번엔 절대 실수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다짐이 또 다른 ‘텃밭 사건’의 시작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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