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부 깜지
깜지와 나는 이제 침대 위에서 둘이 나란하게 잠에 든다. 어제는 밤 늦게까지 책을 읽고 싶은 날이었다. 매트리스 위 깔린 전기요가 따뜻해질 때쯤, 거실에서 깜지를 데려와 침대 오른편에 눕히고 우리둘이 함께 덮는 이불을 한껏 올려 왼쪽 탁자 위 조명의 빛이 닿지 않게 했다. 어제밤에는 그렇게 정한아 작가의『술과 바닐라』를 모두 읽었다. 새벽에 읽는 소설은 오랜만이었다.
깜지가 처음 아프고 거의 모든 시간을 깜지의 바로 옆에서 보내야 했을 땐 마음이 조급했다. 깜지가 움직이지 않고 잠깐 깊게 자는 시간에나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기척이 느껴지면 곧바로 잡아줘야 했기에 접이식 좌식 책상과 의자를 샀다. 그리 높지 않게 쌓아올린 담요 위에 누운 깜지 옆에서 공부했다. 스물아홉살이던 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는 취업을 하고 싶었다. 틈이 날 때 자기소개서를 쓰고, 그렇게 남는 시간에 준비를 했다. 밤마다 깜지를 괴롭히지 않을만큼만 노랗고 어두운 스탠드 조명을 켜고 깜지 몸을 감싸고 있는 담요를 올려 불빛이 닿지 않게 장막을 만들어 그 곁에서 책을 봤다.
막 아프기 시작했던 지난 늦여름, 깜지는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련했다. 경련을 하는 순간에는 한 손으로 몸을 바로 잡아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진정할 수 있게 크게 떠진 두 눈을 가려줘야했다. 깜지의 경련은 매번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의식이 없는 채 깔고 있는 담요를 마구 헤집으며 움직이는 다리와 갈 곳 없이 흔들리는 눈은 마주할 때마다 어려웠다. 24시간 온가족이 시간을 나눠 깜지 옆에 붙어있어야 했다. 주중에 몇 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러 동네에 있는 학원에 나가는 일만 빼고는 집에 있을 수 있던 내가 깜지의 주 보호자가 됐다.
자다가도 갑자기 움직이는 깜지를 봐줄 사람은 나였다. 깜지가 자는 방은 줄곧 안방이었다. 안방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방에 놓인 침대에서 자던 나는 깜지방으로 침실을 옮겼다. 침대 아래에서 자는 깜지 옆에 겹겹이 이불을 깔고 누워잤다. 느닷없이 움직이려는 작은 기척을 느끼면 지체없이 일어나 깜지의 몸통을 잡아 함께 걸어나와야 했다. 잡아주지 않으면 언제 휘청여 경련할지 알 수 없었다. 몇 시간이고 깜지가 원하는만큼 원하는 데를 돌아다니다가 현관 쪽 중문에서 불어오는 바깥 냄새를 맡으며 내 무릎에 기대어 눕는 게 깜지의 새벽 루틴이었다.
이 때에 비하면 지금은 덜 고단하다.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니 휘청일 일이 없어 그런지, 바꾼 항경련제 때문인지 깜지는 요새 경련하지 않는다. 그 덕에 함께 침대에서 잘 수도 있다. 떨어질 위험이 없어서다. 편하기는 지금이 편한데 언제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다. 혹시나 내 소리에 깨서 걷겠다고 일어날까봐 좌식 책상에 앉아 몰래 책을 넘기며 읽다가 기척을 느끼면 빠르게 책을 덮어놓고 함께 집안을 돌아다니던 그 때가 좋았는지,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지금이 더 나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