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지 6821일째

나의 전부 깜지

by queensuna

어제오늘 아침, 잠시 깜지의 숨이 멎었다. 이럴 때면 쿵쿵쿵쿵 빠르고 세게 뛰던 깜지의 심장은 콩 콩 콩 하고 느리게 울린다. 다음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없는건가 싶으면 한 번 콩, 이 다음에는 정말 다시 뛰지 않으려나 싶을 때쯤 또 한 번 작게 콩 하고 뛴다. 매번 깜지가 큰 소리를 싫어하는 것도 잊고 그저 좀 더 많은 산소가 깜지에게 닿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침대 옆 암막 커튼을 크게 젖히고 창문을 연다. 깜지야 깜지야 하고 얼굴을 쓰다듬고 언니는 깜지 덕분에 행복해 사랑해 말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바쁘게 심장을 주무른다. 고통스럽지 않게 그저 편안하게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무색하게 늘상 심장을 주무르는 손은 간절하다.


우리언니는 6월 1일에 아기를 낳았다. 10개월 만에 언니는 엄마가 됐다. 주변에 작은 산이 있어 같은 서울이지만 왠지 공기가 더 좋게 느껴졌던 곳에서 이주일동안 엄마가 되는 방법을 배워 왔다. 함께 온 아기는 많이많이 울었다. 아기가 집에 오고 두 달을 꽉 채운 밤에 깜지는 처음 경련했다. 깜지의 정확한 병명은 모른다.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경련에 언니와 함께 깜지가 다니던 병원으로 가려 차에 탔는데 아파트 단지를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깜지 숨이 뒤로 확 넘어갔다. 깽 하고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면서 넘어갔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에 사랑한다는 말만 되뇌었다. 언니는 아기처럼 크게 울며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냐고 물었다. 원래도 차 타는 걸 싫어하던 애였다. 엄마는 깜지가 담요에 쌓인 채 내 품에 안겨 집 밖을 나가는 순간에 지금 병원에 가면 다시 못 돌아올 것 같다고 가지 않는게 어떻겠냐고 했었다. 내가 욕심을 부려 나온 길이었다. 그대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는 혼자 다녀왔다. 주치의 선생님은 아마 뇌 쪽 문제일 것으로 생각이 된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혹시 갑자기 변한 환경이 있는지,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지도 물어보셨다. 우선 내원을 해야 하고, 기본적인 검사를 모두 해야 하고, MRI, 수면 마취, 공격적 치료, 입원... 작은 진료실 안에서 선생님은 하얀색 가운을 입은 채 새하얀 보드 앞에서 검정 마카로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그런데 깜지는 차에 탈 수 없어 병원에 올 수가 없었다. 괜히 죄송했다. 깜지는 대증요법으로 항경련제를 처방받기로 했다. 선생님과는 짧으면 일주일, 길게는 3주일에 한 번 통화하고 약을 처방받는다. 캘린더에 깜지가 가득한 이유도 병원에 갈 수 없는 깜지의 증세를 선생님이 파악하는 데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경련이 시작된 이후부터 아기가 울 때면 깜지는 새벽마다 숨이 넘어갔다. 항경련제를 꼬박꼬박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아기가 있는 방 문을 닫고, 깜지가 있는 방의 문을 닫아봐도 경련은 멈추지 않았다. 꼭 안고 토닥여도 깜지 눈은 뒤로 넘어갔고 마구 발을 굴렀다. 그 때마다 소변을 보거나 배변을 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멈추는 날이 없었다. 언니는 아기를, 나는 깜지를, 엄마는 아기와 깜지를 번갈아 챙겼다. 엄마는 아기를 볼 때면 웃기만 했지만 깜지를 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어쩌다 엄마가 한숨이라도 작게 내쉬면 새로 태어난 생명과 저무는 생명 사이 왠지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이는 마음을 저울질하며 질투했다. 미운 마음. 이 상황보다, 비교할 수 없게 소중한 존재들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비뚠 내 마음이 더 미웠다.


UNADJUSTEDNONRAW_thumb_10de6.jpg 아기와 깜지


이제 언니는 원래 있던 곳으로 아기와 함께 가고 없다. 깜지는 아직도 항경련제를 먹는다. 어제오늘처럼 숨도 넘어간다. 가끔 아기의 울음과 깜지의 경련은 어쩌면 내가 어떻게든 탓할 곳을 찾으려 짜낸 인과관계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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