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세리코르디아>_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

by 피터

by 퀴어씨네클럽

알랭 기로디 감독의 전작 <호수의 이방인>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을 때가 기억난다. CGV 센텀시티에서 가장 큰 스타리움관에서 상영하였는데, 거대한 스크린에 거대한 그곳이 비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심지어 어떤 아저씨 관객분은 상영 도중에 나가셨다. 인간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를 만났던 그 충격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순위로 <미세리코르디아>를 예매하였다. <호수의 이방인>보다 표현 방식은 순한 맛이었지만,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이 펼치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에 속으로 ‘어머 왜 저래’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미세리3.jpeg 영화<미세리코르디아>에서


그리고 정식 개봉 후에 한 번 더 영화를 관람했다. 그래도 한 번 봤다고 매운맛에 단련이 되었는지 이번에는 속으로 깔깔 웃으며 보았다. 사랑받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는 등장인물들이 우습기도 하고, 사랑에 몸 바치는 그 노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특히 사랑받기 위해 온몸으로 매력 발산하는 제레미와 그 위에서 제레미를 가지고 노는 필리프 신부와 마르틴의 모습이 정말 웃겼다.


주인공 제레미의 엄청난 도화살로 극 중 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레미를 원한다. 제레미가 사랑했던 남자의 아내, 그의 아들, 동네 친구 심지어 성당의 신부까지도. 설명만 보면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냐 하겠지만, <미세리코르디아>는 모든 금기를 깨부숨으로써 이야기가 완성된다.


영화는 윤리, 종교와 같은 사회적으로 신성시되는 가치를 넘어서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음 또한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다. 이는 제레미가 사랑했던 피에르의 장례식 때문에 마을로 돌아왔고, 피에르의 아들인 뱅상을 죽이는 것으로 표현된다. 영화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막장 같은, 즉 사회적인 금기를 깨는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나이 들고 미형이 아닌 평범한 외모의 캐릭터들을 사랑 이야기의 중심으로 내세움으로써,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도 얼마나 숭고하면서 동시에 잔인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세리코르디아>는 겉으로 보기엔 말도 안 되는 막장 이야기로 보이지만, 속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강렬하게 통찰하는 영화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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