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피터
최근 인터넷에서 어렸을 적 겪었던 경험들이 평생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성인이 보기에 아주 작아 보이는 사소한 충격과 결핍이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이사>의 주인공 렌코는 어른이 보기에도 힘든 일들을 겪었으니, 영화 내내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우리는 성장에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난한 성장 이야기는 매력이 없다.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커다란 시련과 강력한 적에게 된통 당하지만, 결국엔 승리하는 그런 인물을 보고 싶어 한다. 주인공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그것을 좋아하는… 참 변태적인 심리이다.
렌코에게는 가족의 해체가 성장을 위한 시련이다. 엄마와 아빠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처럼 행복하게 함께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타 없어질 환상이다. 혹시 되돌릴 수 있을까 싶어 떼를 쓰고 시위도 해보지만 통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세계는 잔인하다. 그 현실을 깨닫는 것은 영화 후반부에 렌코가 겪은 고행만큼 힘겨운 일이다.
극에서 순수하고 무질서한 아이들의 세상과 규칙을 따지는 어른들의 세상은 대비된다. 렌코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것은 아이들이다. 반면 어른들은 ‘어른스럽지’ 못하다. 계약과 질서를 중요시하지만 결국 본인들도 감정이 앞선다. 아빠는 본인을 위해 가족을 저버렸고 엄마는 미성숙하며, 선생님은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렌코는 그런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삶의 끝에서 깨달음을 얻은 노인만이 렌코에게 가르침을 준다. 렌코는 체념한 듯한 할아버지의 말이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렌코는 어른이 되기 위해 산을 네발로 기어다니고 아름다웠던 옛 추억을 불태워 보낸다.
“축하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렌코가 엄마, 아빠에게 한 달에 한 번으로 협상하는 장면과 엄마에게 빨리 어른이 되겠다고 소리치는 장면이 유독 슬펐다. 너무 이르게 어른들의 세상으로 내몰리는 렌코가 안타까워서 그랬을까? 어른들의 세상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어느 정도 알게 된 나는 렌코 같은 빠르게 자라버린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이 아프다.
나는 아직도 내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겉만 늙었고 생각은 예전에 멈춘 것 같다. 어찌저찌 나이에 떠밀려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렌코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모습에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다 보니 가족을 꾸리게 되었지만, 그들도 미성숙한 사람들이었다. 사람이란 결국 할아버지처럼 추억 한두 개 남기고 떠나게 되는 것일까?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행복한 뮤지컬의 한 장면 같은 엔딩 크레딧 장면에서 교복을 입은 렌코의 모습을 보고 장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슬퍼졌다. 결국 렌코는 순수했던 시절을 떠나보내고 교복이라는 사회가 만들어 낸 틀을 입고 어른들의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