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사>_완벽한 삼각형

by 도롱

by 퀴어씨네클럽


영화는 비 오는 날, 단란한 가정의 저녁 식사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영화적 소품처럼 느껴지는 삼각형 테이블. 그 각 변에 앉은 세 사람—엄마, 아빠, 그리고 초등학생 딸 렌. 그리고 세 사람의 대화를 통해 내일 이사를 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다음 날, 등교한 렌은 수업 중 학교를 몰래 빠져나가는데. 그녀가 향한 곳은 바로 이사를 떠나는 ‘아빠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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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이사’란 한 가정이 함께 집을 옮기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이사는 이혼으로 인해 아빠만 세 사람이 함께했던 집을 나가는 것으로 읽힌다. 완벽하게 안정돼 보였던 삼각형은 아빠의 이사로 와르르 무너지는데. 그리고 이혼의 짐은 오롯이 렌에게 전가된다. 영화는 그렇게 무너진 삼각형을 되돌리려는 렌의 몸부림을 따라간다.


불안과 초조 속에서 힘들어하는 렌과 달리, 이혼의 당사자인 부모는 오히려 담담하다. 엄마는 아빠의 빈자리를 자신이 채울 수 있다고 믿으며, 렌과 단둘만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렌은 이를 거부하고, "내가 인정한 규칙이 아니다"며 그 종이를 찢어버린다. 아빠는 이혼의 책임을 전적으로 엄마에게 떠넘기고, 정작 렌의 마음은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관객은 안다. 두 사람은 결코 다시 붙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렌은 그 틈을 메우려 애쓴다.


렌은 직접 부모를 한자리에 초대한다. 과거 가족이 함께 여행했던 장소에서 두 사람의 재결합을 꿈꾸지만, 다시금 부모에게 실망한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도망친다.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바닷가, 축제 같기도, 장례식 같은 곳에서 부모와 재회한 렌은, 자신의 환영을 끌어안으며 반복적으로 "축하합니다"를 외친다. 렌이 단란했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고 한 걸음 나아가는 성장의 순간을 맞이하며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이 영화는 보내는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었다. 렌의 1인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는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쏟아낸다. 대부분의 장면은 롱테이크, 그것도 카메라가 움직이는 롱테이크로 촬영되어,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놀라움을 자아냈다. 정해진 시간, 동선, 등장과 퇴장의 타이밍까지,


모든 것을 계산한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을 멈출 수 없는
한마디로 대단한 영화였다.


그러나 그 연출이 이 영화의 서사에서 만큼은 시너지보다는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들었다. 렌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싶었는데. 그녀의 감정보다 연‘기’력이, 영화의 몰입도보다는 ‘기’술력이 더 강하게 보여 더 깊게 빠져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내가 이혼 가정의 경험이 없어 그런가 싶었지만, 비슷한 소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만 떠올려 봐도 그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연출의 완벽함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물과 이야기의 감정선을 오히려 방해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준 영화였다.


<이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서사를, 지나친 영화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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