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ing The Frame by Cynthia Breatt,1988
틸다 스윈튼이 자전거 타는 모습에 빠져 넋을 놓고 있다가 영상의 중반부터야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헐, 저거 베를린 장벽이잖아.
베를린 장벽을 이렇게 영화 속에서 본 적이 있던가? 없었던 것 같다.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를 보니 장벽이 무너지기 일 년 전인 1988년이다. 풍경 속의 벽들은 진짜 그 장벽인 것이었다.
베를린의 박물관들에서나 보았던 장면에 영국 출신 배우 틸다 스윈튼이 그 풍경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장면이라니. 아무 대사도 필요 없어보였고 실제로도 내레이션만 가끔 있었다. 벽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틸다 스윈튼이 전부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과 풀들을 감상하고 숲에 들어가 샌드위치를 먹거나 주변에 보이는 간판들을 읽는다. 벽 건너를 바라보고, 벽이 나무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나는 움직이는 형상이다, 바퀴 위에서 이동하는 형상, 초록색 형상.’등의 생각을 한다. 여기는 프랑스 구역이라고 쓰여진 표시, 끊긴 철로를 바라보며 불쌍히 여기고 이 모든 게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방인의 시선이기에 더 이입이 잘 되었던 내러티브였고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