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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의 꿈 Aug 05. 202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우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훌륭한 러너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밝히고자 하는 것이 있다.

제목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하루키 선생님의 작품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 나만의 스타일로 한번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에 만들어 본 것으로, 그동안에 취미로 해온 달리기에 대해서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로 남겨보려고 하는 의도에서 정한 것이다.





처음 5km를 달렸을 때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20살 때 처음으로 5km를 뛰었던 것 같다. 그때는 겨울이었고 눈도 꽤 왔을 시기였다. 숨을 내쉬고 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생겼으며 하늘은 러시아 소설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우중충한 느낌의 구름들이 잔뜩 껴 있었던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집에서 최대한 달리는 데 불편함이 없는 옷을 갈아입고 근처 운동장으로 향했다. 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5km를 뛸 거라고 처음부터 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번 뛰어보니 그동안에 있던 체력과 달리면서 생기는 일종의 여유로움? 덕분에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계속 달리게 되었다. 땀나게 달린 것 같다. 내 생각이지만 땀을 흘리면서 웃어보지 않는 사람은 진정 인생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격렬한 움직임 때문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긴장이나 흥분상태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결국 우리 모두 땀을 흘리며 웃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고 땀을 흘렸다는 느낌도 안 들정도로 무언가에 제대로 꽂혀 보았던 적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이유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달리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처음에는 답답한 어떤 마음을 풀고자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고 지금처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게 이제는 달리면서 즐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은 달리면서 앞사람이 날 월하며 신나게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땀을 흘려 반질반질한 팔뚝을 보면 오랜 세월 동안 몸을 관리했으며 달리기를 진정 즐기는 러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날 월하면서 앞으로 나간다면 분명 약간의 승부욕이 생겨 속도를 낼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하루키 선생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떠올린다.


일반의 러너에게 개인적인 승패는 큰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물론 저 녀석한테 지고 싶지 않다.'는 동기를 갖고 달리는 사람도 더러 있을지 모르고. 그것은 나름대로 연습할 때 자극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특정한 라이벌이 어떤 사정으로든 그 레이스에 참가할 수 없게 되고, 그래서 레이스의 동기가 소멸(혹은 반감)해버리게 되면 러너로서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인생이란 그런 것 같다. 남이나 다른 그럴싸한 동기에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결코 순전히 진행될 거라고는 감히 알 수 없으며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아마 난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달리기를 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난 내 달리기에만 집중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나 자신만을 바라보며 그저 묵묵히 달리는 거에만 집중한다. 물론 현재는 그렇지만 처음 달리기를 막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자주 달리는 그런 장소에서(인기 있는 장소로 밤시간 때 거의 10명 정도 되는 러너가 뛰고 있었다.) 어떤 알 수 없는 승부욕이 생겨나기도 했다. 내 빈약한 체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오늘 처음 본 타인보다 더 빨리 달리고 그러다 추월하면서 기분 좋게 달리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달리기를 이제는 좀 했다고 느끼는 내가 그때 그 생각을 다시금 돌아보면 살짝 부끄러워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가장 어려운 경쟁자가 곧 자신인데, 타인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다 곧 좋아하게 될 달리기를 놓칠 수도 있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상대의 페이스를 뛰어넘으려는 것이 아닌 어제의 내 페이스와 일치했는지 아님 좀 더 실력이 상승했는지를 중점으로 두고 달리기를 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달리기와 목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과 함께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건 나름대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 목표란 오로지 내 선택에 의해서만 정해진 것으로 단 기간보다는 장기간을 걸쳐 조용히 즐기면서 달성하고자 하는 그런 목표이다. 내가 무슨 일이든 어느 정도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겸비하지만 과할 정도로까지, 정확히는 내 조건을 넘어서면서까지 과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과하게 행동하다 곧 좋아하게 될 일이나 곧 좋아하는 일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조건. 즉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장거리 러너처럼 오랜 시간 달릴 수 있으려면 달리는 데 있어서 너무 과하지도 때론 너무 약하게 뛰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호흡과 리듬감. 그것을 유지해야 한다.


난 지금도 계속 5km를 달린다. 그것이 내 체력과 페이스에 있어서 딱 알맞기 때문이다. 그 이상으로 더한다고 해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난 항상 그 미묘한 선을 넘지 않으려고 늘 주의를 기울인다. 앞서 말했듯이 난 내 목표를 조용히 즐기면서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에 있어서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한 번도 쉬지 않고 10km를 뛰어보는 것이다.



공백기의 영향은 크다


24.7.16


오늘도 어김없이 달리기 전 준비운동을 실시한다. 처음에는 발끝에 힘을 주고 뒤꿈치를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다리의 피로감과 긴장도를 살짝 올려준다. 그런 다음 무릎을 상체까지 위로 올리면서 다리근육을 풀어준다. 이 동작을 한 스무 번 반복한다.


이 정도의 준비운동만 해도 나름대로 달리기 중 부상을 예방할 수 있고, 긴장을 낮춰서 생기는 불안정한 자세도 살짝 교정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런 방법들은 달리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 노하우인 것 같다.


이날은 다른 날과는 다르게 오전 10시 30분쯤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웠고 계속 눈으로 땀이 들어가 따끔거렸다. 평소에는 밤에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밤마다 비가 내려 낮이나 아침에 뛰지 않으면 계속 못 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지금 아니면 못 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시기가 장마시기였기에 장마 영향 때문에 생기는 공백기로 인해서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가기로 마음먹게 되었고 나가서 더워 죽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땀을 흘리며 햇빛 아래를 뛰다 보니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다. 나무그늘 밑을 지나갈 때 매미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만 유일하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뛰다 보니 5km 정도를 뛰게 되었다. 


공백기가 긴 영향 때문인지 오랜만에 다시 기록을 재보니 예전에 비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속도가 평소보다도 나오지 않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달리는 데 있어 의욕도 사라진 것 같다. 체력이 지칠 대로 지쳐 몸이 퍼질러진 상태로 뛰다 보니 허리 부분이 꽤 아팠고 피로가 좀 더 쌓인 것 같았다. 공백기의 영향이 이 정도로 큰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달리기도 인생과 어느 정도 닮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일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그 남은 시간 동안 그동안에 쌓아둔 실력과 습관의 기능이 현저히 낮아지게 되며 동시에 다시 해야 할 의욕마저 사라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24.7.28


오늘은 아침 6시에 나왔다. 주변에는 노인들이 앉아있거나 걷고 있었다. 뭔가 여유로움과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뛰기 시작했다. 내가 늘 달리기를 하는 코스는 처음부터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말하면

원 같은 코스를 계속 빙빙 도는 것이다.


5바퀴를 뛰면 1.5km 10바퀴를 뛰면 3km 정도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16바퀴를 돌고 난 후 주위 아무 곳이나 빙빙 돌며 나머지 킬로를 채우는 식으로 5km를 만든다. 하지만 이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20바퀴를 뛰고 싶었고 그렇게 좀 더 뛰어보았다.


코스를 돌며 시작점(끝)에 도착했는데 이상하게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치고 계속 뛰게 되었다. 체력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마치 복싱선수처럼 바람을 가르면서 공중에 잽을 날린다. 그럼 정말인지 힘없던 눈과 피로에 지친 근육들이 제대로 기능하게 되면서 (근육이 심장처럼 뛰는 것 같다.) 잠시동안이지만 날아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면서 머리가 상쾌해진다.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지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25바퀴 정도를 돌았고 7.5km 정도를 돌았다.




시행착오 없는 성장이란 없다.



누구나 다 시행착오를 경험한다. 내가 달리면서 느낀 것은 누구나 다 자신만의 흐름이 있고 조건이 있으며 속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내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 또는 맞지는 않지만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동안에 했던 일이나 그밖에 다른 일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나만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이, 어떤 분야에 적용된다고 해도 그것이 내 방식에 맞게 적용된다면 분명 오랜 시간 지속은 가능할 것이다. 물론 효율의 면에는 살짝 떨어지거나 가까운 거리를 너무 멀게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이야기하면 나만의 방식이 효율적이든 비효율적이 든 간에 그것이 지금하고 있는 그 즐기는 일이 대해서 만큼은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비효율적인 방식일지라도 일단은 즐긴다면 그 사람은 1년이고 2년이고 3년이고 5년이고 계속 그 일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효율적이지 못하거나 잔가지처럼 자라나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잘라내 효율적인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고 재창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점은 늘 생기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비효율적 방식일지라도 계속적인 반복을 통해 그것들을 찾아내고 거기서 교훈과 배움을 얻는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자신의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 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효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이 효율적이든 비효율적인 것이든 아무튼 그것을 따지지 말고 그냥 시도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피드백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 피드백들로 인해 내게 찾아올 수도 있는 시행착오를 일부러 피해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는다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진정한 배움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피부로 느껴보지 못한 배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지다가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나 수치심도 때론 틈이 없을 것 같은 벽에도 어딘가에 있는 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법이다. 방법만 안다면 망설이겠지만 경험해 보고 느낀 것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어떤 일이든 시도할 것이다. 



마무리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설계한 것이다.

세상에 있어서 '그냥 그래서 그렇게 됐어' 따위의 말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가 만든 것이다. 무슨 책을 보든 영화를 보든 여행을 하든 안 보이는 사람은 늘 안 보인다. 장담컨대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꼭 그렇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누구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

그러니 한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그럼 곧 다르게 보일 것이다. 달리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이든 일단 시도해보면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바라보는 세계가 넓어질 것이다. 나처럼 그저 내 집 주변을 잠깐 돌았을 뿐인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 것처럼 말이다. 







(운동할 때나 달리기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곡을 공유할까 합니다.)


https://youtu.be/fNFzfwLM72 c? si=V2 ovDTlkXe3 ksD6 U

bee gees_stayin alive

https://youtu.be/Gt9x6 KhwuoM? si=xL_k8 qNMr3 xFr0 ke

영화 록키3 에서 나오는 ost 'eye of the tiger'

 

간단한 소감과 감사인사


이 글이 달리기에 대해서 만큼은 많은 정보가 담긴 글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저의 개인적인 글일 뿐이고 사실 저는 제 러닝화조차도 일상에서 편히 쓰는 것처럼 비싼 물건도 아닐뿐더러 마라톤 같은 대회에도 한번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집 주변을 달리는 것뿐이고. 그냥 그게 즐거울 뿐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얻어간 것은 많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하루키 선생님만큼의 달리기 경험은 아직까지는 제게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나중에 제가  달리기에 대해서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을 가지게 된다면 반드시 글로 표현해 보고 그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글을 보고 계신 많은 독자님들도 분명 오늘 하루를 열심히 달리고 계실 겁니다. 남은 하루 즐겁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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