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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의 꿈 Aug 09. 2024

첫 수술경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인생 처음으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날이 얼마나 긴장됐는지는 수술 날짜 (8월 9일)가 정해지자마자 계속 날짜를 세고 있을 정도로 마음자체가 초조했고 긴장되었다.

지금 이 글은 수술을 잘 마치고 나서 쓴 글이다.



내가 받은 수술은 간단히 말하면 비중격만곡증으로 코 안쪽에 있는 어떤 부분을 절제해야 하는 수술이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지금까지 내가 50퍼센트 정도로 숨을 쉬고 있었다고 말하며 지금 수술하지 않는다면 9월쯤에 군대에 갔을 때 꽤나 고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내게 선택권을 주었다. 지금까지 이 코 때문에 비염이나 감기 특히 목감기가  자주 걸리게 된 이유나 나중에 서른 살 되고 나서 더 심각해져 겨울이면 늘 감기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점들을 생각해 보며 지금 당장 수술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내 의견을 대답했다.

'수술하고 싶어요. 가능한다면 빨리요'

하지만 막상 대답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조금은 걱정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수술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도 없는 것처럼 부모님 또한 내가 받은 이 수술이 처음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아버지와 형도 몇 년 전에 이 수술을 받아서 난 그 후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형 말로는 마취할 때 빼고 전혀 아픈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으며 아버지 말로는 수술을 받고 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숨을 제대로 쉰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될 거란다.'

이 대답은 내가 수술을 하는 내내 용기를 준 말이었다.

형의 말은 사실 너무 뻔해서 좀 더 설명을 요구했지만 오랜 전 일이라서 자세히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튼 그래서 결국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놈의 삑삑


수술실 안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그리고 온갖 수술도구가 놓여 있는 모습이나 앞으로 이 수술대 위에서 내가 경험하게 될 일을 생각하니 꽤 많이 긴장되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심장소리가 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마치 학창 시절 제대로 공부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과목의 시험지를 시험시간에 딱 건네받았을 때 느껴지는 그런 긴장감이었다. 마음먹고 열심히 준비했으니 더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법이다. 난 간호사의 말에 따라 수술대에 누웠고 자세를 잡았다. 손가락에 어떤 집게 같은 걸 집어줬는데 내 호흡을 관찰하기 위한 일종의 기계장치였던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난 본격적인 수술을 앞두고 이 기계와 신경전을 벌였다. 내 숨이 빨라지고 거칠어질수록 간호사님은 '숨을 천천히 쉬세요'라고 말하며 옆에서 같이 호흡의 박자를 맞춰주려고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동작을 내 앞에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럴수록 더 긴장되는 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계는 거친 숨을 몰아쉬듯이 삐삐! 삐삐! 되기 시작했고 난 점점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간호사님은 '천천히요. 천천히 '라고 하거나 '또 빨라졌네요 다시 천천히'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쯤 되면 조금은 짜증 나기 시작한다. 두 가지 감정이 들었는데, 첫 번째는 내가 이렇게까지 침착하지 않다고? 하는 거고 두 번째는 이 망할 기계소리를 늦추지 않는다면 또 간호사한테 경고 먹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기계 속 모니터 숫자를 확인했다. 87 정도에 머물다가 내가 의식적으로 차분하게 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면 76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 기계는 또 내 긴장을 알아차렸는지 순식간에 94까지 올라갔다. 간호사님이 또 경고했다. 이제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기계의 소리가 무섭게 울려대는 것은 도저히 나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내 안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 같은 긴장감과 상상을 꺼내지 않는 한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난 점점 기계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가 침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내 상상력이 하필 이럴 때 날뛰어서 간호사로부터 경고를 받는 것을 생각해 보며 기계가 미워질 만도 했다. 그러다가 예전에 내가 했던 명상기법을 한번 실천해 보기로 했다. 이 내용은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라는 책에서 본 것인데. 당시에 이 책을 보고서 얼마동안은 명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명상을 잘 안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서 당장 실천했을 때는 몇 개월 정도는 명상을 하나의 습관처럼 매일 했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명상을 매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거나 지칠 때 때론 휴식을 취할 때 가끔씩은 명상을 한다. 내가 사용한 명상기법은 다음과 같다.


계속 호흡에 집중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 마음을 자연스러운 알아차림 상태에 두어야 한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중에서>


호흡에 집중해 보았다. 잠시동안은 주변사람들의 말소리나 기계소리는 무시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아 보았다. 내 숨소리가 지금 평안한 숨소리인지 아님 거친 숨소리인지를 파악해 보았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거리가 매우 짧았다. 조용한 물곁이 아닌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천천히 쉬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일단 내 감정을 알아차려야 했다. '그래 지금 내 마음이 이런 상태구나 ' 긴장되는 상태를 애처 무시하지 않았다. 이 상태도 곧 나는구나. 곧 얌전해지겠지. 하며 조용히 내 감정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동작을 세어보기로 했다. 집중해 보았다. 1번 2번.. 3번.. 26번 숫자를 셀 때마다 숨이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기계의 숫자는 75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수술실 안쪽으로 클래식이 들렸는데 오히려 딱 맞게 긴장감을 낮추는 즐거운 느낌의 클래식이었다. 굳이 말하여지면 이슬의 젖은 풀과 아침의 상쾌함이 느껴지는 그런 클래식이었다. 아이들이 초원에 뛰어노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도착했고 수술은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조금 연세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수술하는 내내

'조금 아플 거예요', '따끔해요', '잘 참으셨어요' 같은 말을 하며 내 긴장도를 조금은 늦추어주셨다. 아버지와 형은 마취가 제일 아프다고 했지만 난 별로 아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입으로 숨을 쉬고 내쉬면서 생기는 침 때문에 조금은 힘들었다는 것만 빼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수술 중 귀에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과 소리가 들리더니 망치 같은 걸로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등에 땀이 생겼다. 수술은 빨리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귀에서 수술도구의 무서운 소리가 들리면 나는 어김없이 밖에 있는 클래식음악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면서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코는 마취로 감각조차 없었고 그저 무서운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정신이 몽롱해서 그런지 시간감각조차 없었다. 얼마나 이렇게 있어야지 수술을 끝날까.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고통은 유한하기에 난 지금의 시간도 곧 끝날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하루동안은 콧속에 솜을 넣고 있어야 하며 입으로만 숨을 쉬라고 말씀하셨다. 수술시간은 1시간 10분이 걸렸다.

콧속 고통이 너무 커서 진통제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얼른 내일이 와 숨을 제대로 쉬었으면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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