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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의 꿈 Aug 28. 2024

곧 군대를 갑니다. (24.9.2 입대)

돈키호테를 읽고.

방학이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저에게 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은 곧 입대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대라는 공간은 도저히 어떤 공간인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저같이 내성적인 사람이 그런 환경에서 과연 잘 적응할지가 의심스러웠고 무엇보다 친구들의 의견이나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은 뭔가 직접 느껴보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아 조금은 의심스럽고 살짝 불안하기는 합니다.


군대에 가기 전이면 모두가 알다시피 노는 거에만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간다든가. 영화를 보거나 꼭 하고 싶었던 어떤 일들을 한다든가 아무튼 저마다의 소망에 맞게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을 겁니다. 저에게도 물론 그런 작은 소망이 있기는 합니다. 그건 바로 전에는 미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을 한번 읽어보는 것입니다.


정말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그래서 방학 동안은 여러 일들도 있었지만 일단은 보고 싶은 책들을 도서관에서 읽었습니다.

그동안에 썼던 노트들도 한 번씩 정리해보기도 했고요.

방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저는 방학 동안 새로운 책들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재독을 한 책이 더 많았습니다. 


<돈키호테_돈키호테 데 라만차와 그의 종자 산초판사>


새로 마주친 책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돈키호테>였습니다. 돈키호테는 작년 겨울쯤에 열린책들(출판사) 상권을 다 읽고 다음권인 하권으로 넘어가던 중 다른 재미난 책에 정신이 팔려 중도에 다 끝내지 못한 책이었습니다. 상권도 길었지만 하권도 만만치 하게 두꺼웠습니다. 이번 방학을 계기로 완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서 한번 글을 써보자니 사실상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써야 할지 또는 어떻게 묘사하고 무엇을 전달하고 글로 적어야 할지 조금은 막막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고전이란 여러 번 읽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가르침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단순한 모험담처럼 느껴졌지만 이 책을 사랑하고 여러 번 읽은 다른 독자님들은 분명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얻거나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이 느낀 일종의 체험을 실감 나게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아직 이 책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 책을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상천외한 모험이 벌어진다고 해도 어떤 기이한 사건이나 또 다른 인물들의 또 다른 모험들이 존재해도 저에게는 돈키호테와 산초판사의 대화가 더 간절하게 기다려지는 것처럼 둘의 대화는... 이 책을 본 많은 독자님들도 분명 공감하듯이 즐거움과 함께 가끔씩 등장하는 돈키호테의 사리에 맞는 철학을 듣고 '그래. 정말 맞는 말이야. 등장인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사리에 맞는 걸'하면서 그들의 유쾌한 대화를 듣고 계셨을 겁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산초판사의 순박함과 돈키호테의 사리에 맞지만 가끔씩 나오는 대화는 (주변인물들이 그를 미쳤다고 말하는 것처럼) 저를 너무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작년 겨울에는 이 책을 꼭 껴안다시피 침대에 파묻혀서 읽었는데.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회상해 보니 돈키호테가 벌인 모험들이 제게 오랫동안 각인되었으며 진짜 괴짜들이 할법한 그 같은 일들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면 갑자기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여자목동 마르셀라는 얼마나 아름다운 미인이었을까? 하며 실제로 한 번이라도 좋으니 만나 뵐 수 없을까. 하고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 같은 재미를 바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상권을 다시금 읽어보면서 하권으로 넘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고 느끼게 된 것입니다. 처음 상권의 초반부부터는 제 기대가 컸던지 돈키호테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기대가 컸다는 것은 제가 돈키호테를 처음 붙잡고 읽었을 때는 이미 이 책에 대한 많은 찬사와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었기에 살짝은 소설을 읽기 전부터 기대를 하기는 했습니다.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물론 맞기는 합니다.) 오직 선과 정의만을 본보기 삼아 움직이며 햄릿의 반대되는 인물로 불굴의 투지를 나타내고 행동하는 철학자처럼 어떤 교훈과 함께 소설이라는 설정하에서 이야기 중간중간마다 죽음을 제외한 모든 살아있는 가르침을 전달해 주는 은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옳은 것은 언제나 옳다!처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그런 사나이인 줄..... 맞습니다.


정말 불굴의 의지를 가진 용감하며 조금은 괴짜인 그런 사나이가 맞습니다. 우스꽝스럽게 비쩍 마른 말(로시난테)을 타고 돌아다니며 자신의 종자에게 섬의 통치자 자리를 주겠다는 그런 사나이이지요...(공작부부의 도움으로 산초는 정말로 섬을 통치하게 됩니다.) 저는 조금은 엄숙한 느낌의 철학자처럼 진지한 분위기를 중간중간마다 보여주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처럼 한 인간의 도달할 수 없는 한계를 보여주는 그런 영웅 같은 인물인 줄 알았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것 같습니다만) 그러니깐 저는 제가 이 책을 읽기 전 그 유명한 풍차이야기도 또는 양 떼를 군대로 생각해 덤벼 들었다는 이야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이 돈키호테라는 인물자체를 조금은 다르게 해석한 점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풍차이야기와 양 떼 이야기>


한마디로 저는 제가 생각하는 돈키호테가 있었는데.(책을 보기 전에 말이지요.) 그것이 실제 책 속 돈키호테와는 살짝은 그 분위기가 달랐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 말을 듣는 독자님들이 제 생각에 들어있는 그 미묘한 차이를 잘 캐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제가 생각하던 돈키호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약간은 달랐다는 점입니다.


<결국 섬의 통치자가 된 산초판사. 그러나 곧 시무룩해진 우리의 산초판사!>


이 책 상권을 읽었다면 꼭 하권을 읽었으며 합니다. 사실 하권의 내용 중 가장 재밌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공작부부가 등장하는 내용과 저택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입니다.

그리고 하권에서는 그토록 산초가 바라던 섬을 통치하게 되면서 일어난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들 하나하나는 평소 상권에서만 맛봤던 산초의 모습과는 다르게 새로운 산초판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작부부가 벌인 재미난 일>


마무리


<돈키호테>는 고전입니다. 그러나 고전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끔씩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들은 미리부터 사전 지식을 갖추고 본다면 그 재미가 더 쏠쏠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은 군대를 가기 전 일어났던 작은 일들을 잠깐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했는데. 어쩌다 보니 돈키호테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짝은 준비가 되지 않는 느낌도 들고 나중에 다시 <돈키호테>을 한번 더 재독하고 정리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물론 그 글도 부족한 점은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남들과는 다르게 방학 동안은 책을 읽으며 가끔씩 산책을 나가고 친구들과 식사도 하며 그저 그런대로 제 나름대로는 평범하게 잘 쉰 것 같습니다. 군대 가기 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무언가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전 만족하며 잘 보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잠도 충분히 잤고 코수술 때문에 운동과 달리기를 몇 주동 안은 쉬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것 빼고는 잘 지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읽어준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군대는 잘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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