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마음이 무너진다는 것
마음이 무너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몰랐을 때. 나는 왜 마음이 무너진다는 표현을 썼을까 생각했었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마음이라는 것이 어떻게, 어떤 생김새로 있다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마음을 추상적이고 형태 없는 무언가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마음은 뇌 속 호르몬들의 정교한 질서와 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같은 신경전달물질들이 적절한 비율로 분비되고, 각각의 역할을 수행할 때 우리는 안정된 마음을 경험한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연주하고, 첼로가 깊은 울림을 더하고, 플루트가 높은 음역을 채울 때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이 완성되듯이, 우리 뇌 속 호르몬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마음'이라는 교향곡을 연주한다.
세로토닌은 안정감을, 도파민은 기쁨과 동기를, 옥시토신은 사랑과 유대감을 담당한다.
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우리는 비로소 '나는 괜찮다'라고 느낄 수 있다.
마음이 무너진다는 것은 호르몬 분자 자체가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균형과 패턴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존재와 부재, 과잉과 결핍이라는 관계적 상태의 혼란인 셈이다.
오케스트라로 돌아가 보자.
바이올린이 갑자기 너무 크게 연주하기 시작하면? 첼로가 박자를 잃으면? 플루트가 아예 연주를 멈춰버리면?
악기가 부서진 것이 아니다. 악보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저 조화가 무너진 것이다. 불협화음이 울려 퍼지는 것이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로토닌이 부족해지거나,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거나, 옥시토신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는 불안하고, 우울하고, 공허한 불협화음 속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파괴가 아니라 붕괴라면, 복구가 가능하다.
악기가 부서진 것이 아니라 조율이 흐트러진 것이라면, 다시 조율할 수 있다.
호르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균형이 깨진 것이라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를 구성하는 내 마음의 재료들은 갑자기 박살 나 사라져 버린 게 아니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너무 큰 슬픔과 절망이 무겁게 내려앉으면 그 모든 것이 잔해가 된다.
무너진 마음을 잔해처럼 밟고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기존의 치료법들이 왜 때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지, 그리고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점 하나로부터 시작하는 마음의 건축술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