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고싶은사람
나머지 떡볶이 디저트를 보고 그의 마음 씀씀이에 반해버린 나는 이균 셰프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
연말즈음 한글로 한글자 한글자씩 눌러쓴 편지가 업로드되었는데, 나란하게 다가오는 한줄 한줄의 문장이 어쩐지 한겹씩 밀려오는 파도처럼 밀려와 내 안에서 부딫혀 깨져갔다.
부서지는 파도보다 한국의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이 되고 싶다는 그는, 서울 인파 속 사람들의 얼굴이 아름답다고 했다. 나는 그 모습이 무섭고 지겨워서 낙원도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만 싶은데.
지겨울 정도로 남아있던 사람은 떠나고 싶고 지겨울 정도로 헤메이며 떠돌던 사람은 들어와 정착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겠지.
한겨울 인파 속 무서울 정도로 같은 색을 띄고 있는 사람들의 색채가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거기서 그렇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가 외부인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지, 들어오게되면 이런저런 더러운 꼴들도 만날테고 꽃길만 있진 않을텐데 싶었다.
사람사는곳은 다 비슷할것이다. 타국에서 살다보면 자국 혹은 모국이라는 하나의 버팀목이라도 있는게 낫다 싶어지며 외부인이라는 사실이 서럽고, 정작 그 안에 들어와서 살다보면 집단성과 동일성에 숨막혀 익사할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낙원을 기대하며 도망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저 지금 여기 ‘이곳’이 버티기 힘들어서 도망치는거지. 혹은 떠나는 것이다.
내가 죽어도 떠나고 싶은 장소에서 소중함과 빛나는 모습을 발견한 사람을 보며 내가 놓치고 있는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지금은 그래도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은 아름답겠지만 멀리서 본 칠흑같은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그 규모와 단일한 색은 마치 해일같아 언제나 나를 익사시킬 것만 같다. 쨍한 주황색 구명조끼로는 어림없을것만 같고 휩쓸려 사라질것만 같은 두려움을 끼얹는다.
미역이 된다면 돌에 붙어 파도가 와도 해일이 덮쳐와도 부드럽게 흔들릴 수 있겠지. 나도 언젠가는 한국의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이 되고 싶어질까. 한국이라는 나라에 기꺼운 마음으로 소속될 수 있을까. 나도 미역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