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태
나의 모국어는 사투리다.
하지만 표준어의 억양을 사용할 줄 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단어부터 외우지 않아도 되어서 비교적 쉽게 터득했다.
그리고 외국어를 할 줄 안다. 주입식 교육으로 이뤄낸 한 개 그리고 내가 빠져있던 문화로부터 자연스레 체득한 언어 한 개 총 두 개의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
각 언어를 쓸 때마다 내 목소리가 상이하게 달라지는데, 나에게서 우러나오며 나의 본래 형태와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말은 모국어인 지역 방언이다. 사투리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나의 성격을 좀 더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서울에서 가끔 생활하며 그때마다 서울의 인구에 나를 은근슬쩍 숨겨넣기 위해 표준어 억양을 막힘없이 구사했다. 내가 사투리를 쓰지 않으면 지방사람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허다했다. 사투리를 숨겨 넣을 땐 내 본모습을 숨기고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 같아 은근한 해방감도 존재했다. 동시에 혼잣말도 표준어 억양으로 내뱉을 때면 어쩐지 내 본체가 침식당한 기분에 휩싸이며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애석하기도 했다. 표준어처럼 평이한 톤으로 내가 가진 원래 모습이 정제되어 버리는 듯했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도 언어마다 내 목소리가 변화한다. 해당 언어가 가진 보편적인 자세와 억양에 따라 목소리와 더불어 내 태도까지도 변화하곤 한다. 해당 언어의 자세에 가까울 수 있도록 목소리와 행동이 조정된다.
목소리의 변화는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그 사회와 언어에 동화되기 위해 잠깐 흡수해서 머금듯이 사용한다. 가끔 친밀한 사람이 생겼을 때, 내가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때 사투리를 섞어 편안함을 내비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사람들에게 좀 더 내 본모습을 보인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목소리라는 건 무엇일까. 눈빛 다음으로 속에서 나오는 어떤 것. 순간 흔들리는 눈빛처럼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내가 제어할 수 있어 효능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내가 원하는 모습만큼 보일 수 있도록 한다. 당신은 지금 나를 어떤 목소리로 만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