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색
차창의 속도를 따라 흩어지는 정경에서 기찻길목의 감나무들은 너도나도 줄을 서서 주황색 감을 주렁주렁 매달았고 호박 넝쿨들은 감당이 될까 싶은 크기의 호박들을 주렁주렁 매달고서 지나갔다.
황금빛 벼들은 겸허한 듯 고개를 숙였고 가지 끝 나뭇잎들은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가을이란 건 어쩌면 태양의 색일지도 모르겠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세상은 주황빛, 황금빛, 주홍빛으로 물이 든다.
겨울이 온 듯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이렇게 빠르게 가을을 놓아주고 싶지가 않다. 만남이 있어야 헤어짐도 있는 법인데 만났던 것 같지도 않아 놓아주기가 어렵다.
보통 계절이 바뀔때면 이런저런 맘고생으로 힘들어지곤 했는데 올해는 성큼 다가와준 겨울 덕분인지 마음도 심란할 틈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조차 가속이 붙은 듯 빨라진다.
가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빠르게 스쳐간 탓에 꺼낼 말들도 적다. 붉게 타오르는 석양처럼 붉어져만가는 가을을 조금만, 조금만 더- 하고선 붙잡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