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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숙 May 26. 2021

어서 와, 이국적인 사찰은 처음이지?

- 뒷북 여행기 : 군산 '동국사'

우리가 흔히 봐왔던 사찰의 풍경은 어떤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들리는 소리라고는 스님이 치는 목탁 소리와 지저귀는 새, 졸졸 흐르는 계곡 물뿐이다. 상상만 해도 저절로 힐링되는 기분이다. 또한, 푸른 자연 속에서 고풍스러운 처마와 선명한 색감으로 존재감을 뿜어낸다.


그런데 군산에 왔더니 독특한 모습의 사찰이 있었다. 바로 동국사!


산길을 오르는 대신 주택가 골목을 지나고, 고풍스러움 대신 단조로운 절이 반겼다. 흔히 볼 수 없는 절로 발길을 멈추게 했던 절, 동국사는 어떤 곳일까.

국내에서 유일한 일본식 사찰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했던 모습, 알고 보니 아픈 역사가 담겨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색을 잃어버린 것 같은 광경이 이미 힌트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국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승려에 의해 지어졌다. 장식이 달리지 않은 처마와 유난히 많은 창문, 복도로 연결된 두 건물 등은 모두 일본식 전통 건축기법이다. 아쉽게도 동국사의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내부에도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원래 내부의 바닥은 다다미였지만, 나중에 나무 마루로 교체했다고 한다.


산행 대신 숲 산책

우리나라의 절은 대부분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동국사는 너무 달랐다. 군산의 골목 사이에 자리해 찾아가기가 편했다. 그렇다고 자연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웅전 뒤에 대나무가 울창하다. 빽빽한 대나무의 모습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숲 안으로 짧은 산책로까지 마련되어 있다. 대나무 역시 일본의 대나무로 마디가 짧고 굵다.


종탑도 일본식

동국사 여기저기를 구경하다 보니, 종탑이 눈에 띄었다. 나름 여행 업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찍고 싶었다. 그랬는데 이것도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1919년에 교토에서 만든 범종으로 국내에서 유일한 일본식 종탑이다. 과거 군산 시민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건 가짜고 진짜는 보존을 위해 보관 중이라고 한다.


아프지만 잊지 말자, 소녀상

절 한쪽에 소녀상이 세워져 있었다. 일본식 사찰에 세워진 소녀상이라니 무언가 북 받쳐 오르는 기분이었다. 동국사는 소녀상이 세워진 유일한 사찰이다. 특히 소녀상은 일본을 응시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참사문비를 놓았다. 일본 조동종 스님들이 과거의 일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 쓰였다. 소녀상 앞에는 작은 연못은 대한 해협을 상징한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검은색 타일 77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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