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숙 Jun 13. 2021

화려한 조명이 다가 아닙니다

- 뒷북 여행기 : 경주 '동궁과 월지'

누군가 경주에 간다면, 해가 지고 나서 경주 모습을 감상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유서 깊은 문화재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면서 잊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이전에 올렸던 경주 엑스포 공원과 첨성대, 월정교 등 멋진 야경 명소가 경주의 밤을 빛낸다. 그중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은 '동궁과 월지'였다.

드라마 <뷰티인사이드> 속 동궁과 월지

한창 빠져있던 드라마가 있었다. 인기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서현진과 이민기의 만남으로 화제였던 <뷰티인사이드>. 첫 화부터 같이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갔던 곳이 바로 동궁과 월지였다. 고풍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뽐내는 동궁과 월지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경주에 가면 꼭 동궁과 월지의 야경을 보고 오겠노라고!


이름이 두 개??

사실, 동궁과 월지보다는 '안압지'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했다. 교과서에서 배울 때도 안압지로 배웠던 거 같은데, 어느샌가 이름이 '동궁과 월지'가 되어있었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 안압지 : 조선시대에 기록된 명칭. 호수에 기러기와 오리들이 날아드는 곳이라는 뜻.

- 동궁과 월지 : 발굴 과정에서 신라 태자가 머물던 '동궁'과 연못 '월지'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변경됨.


신라의 태자가 머물던 곳이자 나라의 경사나 연회가 있을 때 사용했다. 그런 점이 조선의 경회루를 연상케 했다. 경회루보다는 조금 더 웅장했다. 신라의 왕이라면, 왕권의 위엄을 확인 시켜주기에 훌륭한 풍경을 지님에는 틀림이 없었다.


달이 비치는 연못

월지의 뜻은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동궁과 월지는 화려한 조명이 없었을 과거에도 밤이 더 아름다웠을 것을 추정하게 한다. 비록 당시에 잔잔한 연못에 뜨는 달을 보지는 못했다. 웅장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과 이를 비추는 조명으로도 충분했다. 처음 보고 반했던, 드라마 속 그 장면 그대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연못에 숨겨진 비밀

넋을 놓고 야경을 감상하느라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연못 안에 3개의 섬이 자리했다는 점!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섬이 있었나? 생각이 든다.


월지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연못은 바다를 본떠 만들었다. 위에서 보게 되면 남서쪽은 직선이지만, 북동쪽은 자연스레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이 곡선이 마치 해안선과 같으며, 바다처럼 3개의 인공섬을 조성했다. 섬의 이름은 봉래, 방장, 영주로 전설 속의 섬 이름을 따왔다.


또 다른 볼거리, 배롱나무

동궁과 월지를 열심히 둘러보고 다시 퇴장할 때였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달래 듯이 넓은 잔디밭에 분홍색 꽃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었다. 저 꽃은 무엇이길래 저렇게 예쁠까...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나서, 꽃의 정체를 찾았다. 바로 배롱나무 꽃. 방문했을 때가 여름이어서 그런지 운 좋게 배롱나무에 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동궁과 월지에 연꽃단지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다음에 또 여름에 간다면, 연꽃까지 볼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철이 없었죠. 인생샷 찍으러 경주에 갔다는 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