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가 끊긴단 통보를 받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이 동절기에 으름장을 놓으며 알아서 돈을 내던지 아니면 얼어 죽으란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화가 났다. 나는 요금이 미납되고 있는 사실조차 몰랐다. 카드를 해지하고 나서 요금이 제대로 수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통지받지 못했고 6개월이나 지나서야 오늘 업체는 가스요금이 미납되었다며 가스를 끊겠다고 통보했다. 5일 뒤에.
공급업체부터 서울시, 산업통상부까지 전화를 했다. 동절기 에너지 공급중단에 대한 대책이 하나도 없는 건지 궁금했다. 결론은 민간기업이어서 방법이 없단다. 공급자를 대체할수 없으며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사실상 독점적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에너지 재화가 이렇게 민간기업 주도로 공급되고 있는 것도 잘 이해가 안됐고, 가난한 사람들 정말 동절기에 돈 몇푼 때문에 골방에서 잘 수 있겠단 생각이 들며 짜증이 더 났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떄 돈이 없어서 보일러를 못틀었다. 그러다 2015년 3월에 병원을 갔다. 너무 추워서 팔짱을 세게 끼고 있었더니 오른쪽 새끼손가락 관절이 팔에 눌려 염증이 생겼다.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고작 보일러를 못틀어서 병원에 와야 했단 게 너무 서글펐다. 아마 그때 기억이 나서 더 화가 났나보다. 나는 그 뒤로 먹고 살 수 있을만큼의 소득은 벌고 있고 다른 건 몰라도 가스비는 아끼지 않는다. 나는 그때 부어올랐던 내 새끼손가락을 다시 떠올리는게 끔찍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아까는 화가 너무 났는데 지금은 서글프다. 상담원은 오늘 나같은 민원전화가 많이 왔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 나는 돈이라도 갖다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