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미국 의회는 법률 하나를 통과시킨다. 그리고 이 법률은 17년 뒤 세상을 재앙과도 가까웠던 금융위기에 빠뜨리는데 큰 일조를 한다.
이 법의 이름은 연방주택기업안전 및 건전성 확보를 위한 법률로 주택담보대출의 주요 조달처인 페니메이와 프래디맥의 규제를 개정하여 대출을 더 쉽게 할수 있는 방향을 포함하고 있었다.
페니와 프래디는 쉽게 말하면 대출 중개처이다. 기본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돈이 크게 나가는 대출이다. 대출기관이 개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기 위해 페니나 프레디에 요청하면 이들은 자금을 내준다. 페니와 프레디는 이렇게 모인 채권을 증권화해서 판다. 이게 바로 2008년 금융위기를 자아냈던 MBS, 주택저당채권이다.
92년에 의회가 법을 개정한 이유는 굉장히 정치적인 의도였다. 호황이 끝났고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하고 있었다. 이는 곧 정치적으로 위험한 시그널이다. 정치권은 빠른 처방을 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보급하는 일.
개정된 법의 효과가 보였다. 주택 붐이 슬슬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대출상품은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수익도 좋았다. 클린턴 행정부는 페니와 프레디를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2000년에 이르러서 이들의 대출 상품중 저소득층에게 할애된 대출이 50%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상황이 얼마나 리스크가 있는지는 계산할 능력도 경험도 없었다.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시장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가 돌자 전세계에서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끝나지 않을 시장처럼 보였다. 돈이 몰리니 집값도 올랐다. 미친듯이 올랐다.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빌려 집과 가전제품을 사고 난 뒤 그보다 더 오른 집값을 받고 다시 집을 팔았다. LTV(집값 대비 대출금 비율)은 100%를 넘는 경우까지 생겼다. 1억짜리 집을 담보로 1억 2천까지 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시장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이 도박에 몰두하는 동안 정치권에도 평안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불평등함을 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위험은 가려졌다. 개인이 받은 대출은 쪼개지고 쪼개져, 파생의 파생으로 흘러들어가 작은 분자가 되었다. 시장의 위험을, 상품이 반영하지 못했다. 아니 의도적으로 감췄다. 주택 시장에 이미 경고가 등장했을 때도, 채권과 파생 시장은 불패처럼 보였다. 계속 돈이 몰렸다. 물론 영민한 일부는 위험을 이야기했고 또다른 일부는 쇼트(공매도)를 준비했다.
뭐 결론은 2008년 금융위기다. 터졌다. 이 여파는 전세계적으로 미쳤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돈이 다 여기에 몰렸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이 사건은 사실 굉장히 올바르고 나이브한 정치권의 결정과, 사람들의 탐욕, 기업의 어리석은 판단이 합쳐진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과장을 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 한채씩 갖게 해준자'는 아주 선한 의도가 여기까지 왔다.
암호화폐 거래시장이 어디가 정점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가 확실히 알수 있는 건 지금 코인이 오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돈이 몰리기 때문에 오르는 거다. 이건 버블이고 언젠가 터질 거지만 언제 터질지는 모른다. 어쩌면 조금 더 지루하게 진행됐으며 위험이 감춰졌던 2008년처럼 길어질지도 모른다. 파생상품도 등장한다고 하니 사실 조금 흥미진진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건 과연 2008년에 진행되었던 모습과 어떤 다른 양상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