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호 Jan 12. 2018

'다스는 누구 것?'보다 더 화났던 이야기

연 매출 600억, 영업익 10억 이상씩 꾸준히 나던 회사가 갑자기 망했다. 이유는 원청이 단가를 후려쳤기 때문이다.


아니 정말 다른 이유가 없다. 유일했던 납품처, 원청이 단가를 30~40% 깎았고 여기에 하청업체는 대항할 힘이 없었다. 결국 폐업했다.


이 원청은 또다른 납품업체의 단가를 낮췄고 꽤 양호한 수익을 냈던 다른 하청업체도 역시 망했다. 원청은 이 하청업체를 100만원에 샀다. 십수억 영업익이 나는 회사를 단 돈 100만원에 살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간단했는줄, 나는 몰랐다.  


앞서의 이야기는 실 소유주 논란이 있는 '다스'의 이야기다. 지금 내가 화가난 건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논란이 아니다. 하청업체 하나 망하게 하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인줄 사실 처음 알았다. 더 화가 나는 건 이 '다스'가 하청업체를 후려친 이유다.


간단한 전제를 설명하자면 어쨌든 이명박은 다스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는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심정을 조금 살펴보자면 '자기 게 아니'란 말조차도 못하고 있단 말이다. 그정도로 포기가 안되는 물건이 바로 다스다.


그래서 아들을 시켜 새로운 회사를 차린다. 다스의 영업망을 그대로 새로운 회사에 옮긴다. 건물이니 시설이니 이런것보다 훨씬 중요한게 영업망이다. 제품 수율을 어떻게 맞추고 인력관리는 어떻게하고는 일단 팔아먹을 데가 있어야 할수 있는 이야기다.


어쨌든 그 과정에서 영업망과 생산망이 다 옮겨간다. 전형적인 상속/증여세 탈루 수법이다. 그 과정에서 몇몇 하청업체는 위에서 설명했던대로 사들이고, 아니면 운나쁘서 폐업하는 경우가 있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서다.


다스는 자동차 부품회사다. 1차하청 정도 되는 회사다. 그러니까 폐업한 저 회사들은 3차 하청정도 될 거고, 아마 저기에 납품하는 회사들도 더 있을 거다. 1차 하청의 불공정거래의 입김도 이렇게 크다. 3차하청, 4차하청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죽어 나가는 이유'에는 바로 이 불공정한 관행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내가 누누이 말한 바 있다. 차라리 원-하청문제와 프랜차이즈 자영업 문제는 해결할 '여지'라도 있다고. 바로 이 문제다. 이거 정말 심각하게 조져야 한다. 이거는 기업을 보호하고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과 정말 다른 문제다. 양아치 짓거리를 해서 남겨먹는 영업익까지 보전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이건 국가 전반적인 입장에서 (이제는) 해를 끼치는 짓거리다. 그래서 김상조를 꽂았을 거고 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더 칼춤을 추길 바란다.


다시 한번, 최저임금의 문제는 앞서의 일들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절대 '아르바이트 노동자' 정도에 국한될 문제도 아니다. 그리고 앞서의 '불공정 관행'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것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08년, 그 때도 광풍이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