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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Jan 16. 2018

코인의 가치와 무기의 가치. 그리고 낙서의 가치

'코인의 가치는 제로' 혹은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뭐 나는 둘다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코인 자체가 생산하는 가치는 없다는 이야기도 한 측면에서는 맞고, 그런것과 상관 없이 시장에서 교환되고 있는 가치가 있는 것도 맞다.


그런데 사실 '가치의 생산' 개념이 절대적인가에 대해서도 조금 의문은 있다. 지표로 나타나는 '생산 가치', 즉 숫자에는 그 생산이 인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어떤 '불량(누군가가 지칭할 때)' 학생들이 담벼락에 낙서를 한다. 이 낙서는 가치가 없다. 숫자에 담기지 않는다. 하도 애들이 담벼락에 낙서를 해대다보니 사람들이 지나가다 신기하며 쳐다본다. 누군가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린다. 그 인스타를 보고 동네를 찾는다. 이 낙서 자체는 가치가 없는데 갑자기 이 낙서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한 군수업체가 심혈을 기울여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었다. 무기는 쓰이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만약 쓰일 경우 누군가를 죽이는 것 이상에 용도는 없다. '안쓰이거나 만약 쓰인다면 그건 오로지 누군가의 생명을 죽이는' 이 상품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팔린다.


둘 중 숫자로서의 가치는 후자에 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와 멋진 그림 중 어느 것이 더 우리 삶에 유용하냐'고 하면 당연히 그림을 이야기하겠지만 진짜 돈주고 팔리는 것들은 무기다.


이왕 낙서 이야기를 꺼냈으니 좀 더 하자면, 만약 낙서가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괜찮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사람들은 낙서가 잘 보이는 커피숍에 간다. 땅값이 오른다. 동네가 덩달아 잘 살게 된다. 자 이제 낙서는 가치를 가지게 됐다. 다만 그건 지주가 가져간다.


내가 요새 이런 생각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 더 윤리적인 가' 같은 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우리가 생산한 것들을 나누기 위한 기준을 조금 새로 잡아야 할 것 아닌가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 '페북 코인'이라는 게 보였다. 정신 없어서 끝까지 안읽어봤지만 페북이 유지되는 자원은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사람들이 올리는 '포스팅'이라는 것을 언급한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나도 몇번 했다. 우리는 페북의 수익을 '공유받을' 자격이 있다고. 내가 새로이 꺼낸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오래 전에 책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용자들의 자발적 콘텐츠를 소스로 돈을 번 것은 이미 꽤 된 이야기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을 조금 쉐어하기는 한다. 페북은 전무하다. 뭐 포털 사이트도 상당부분 그렇다.


낙서의 수익을 지주들이 독점하듯(여기서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있으나 논외로 하고) 페북에서 발생하는 버즈로 인한 수익은 페북이 독점한다. 내가 며칠 전 이걸 '디지털 지대'라고 이야기한 이유도 그때문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무슨 이야길 하고 싶냐면. 우리는 여태까지 전통(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비교적 오래된 것도 아니지만)적으로 '노동'을 대가로 '임금'을 받아왔다. 이걸 깨부술 타이밍이 슬슬 오고 있는 것 같다.


전통적 노동의 개념을 로봇이 대체하고 있고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다 일을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일을 할수 있을만한 일자리가 남아날지도 모르겠다. 방법은 두가지다. 과거에 '일이 아니'라고 했던 걸 '일'로 바꾸든지 아니면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받을수 있게 하든지.


여태까지는 전자로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뭐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또 사라지고 그러지 않았나. 이제는 후자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페북에 포스팅하고,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겁나 떠들고 토론하고, 집에서 덕질 한다고 그림 그리고, 여태까지 나왔던 모모 작가의 작품들 나무위키에 싹 정리해서 올리고. 이런 활동들이 대가를 받는다면 어떨까? 여태까지 공짜로 해왔던 그런 일들 말이다.


어차피 망상이니 조금 더 덧붙이자면 화폐의 디지털화(암호화폐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가 '노동이 아닌 일들에 소득을 주는 방법' 을 고안하지 않을까?


왜. 우리의 거의 모든 활동이 온갖 방법으로 측정되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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