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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Oct 05. 2019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즐기는 3가지 방법

국민코스부터 황천행코스까지~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를 잇는 철도, 일주일을 꼬박 기차에서 보내야 하는 이색적인 경험, 열차를 타고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 드넓게 펼쳐진 풍경들. 산더미같이 쌓인 일거리를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은 고스란히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투영된다.

THE TELEGRAPH



이런 욕망을 대변하듯, tvN은 새 예능 프로그램 ‘시베리아 선발대’를 론칭했다. 시베리아 선발대는 배우 이선균, 김남길, 고규필, 김민식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싣고 9288㎞의 대장정을 떠나는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보고 더욱 ‘뽐뿌’가 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이지만 막상 익숙하지 않은 코스다. 특히 비행기가 아니라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 여행이라 더욱 막막하다. 한 도시에 그대로 머물다 오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코스를 어떻게 짜야 할지도 난감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죄다 셀카와 차창밖 풍경, 그리고 이등석과 삼등석의 내부사진만 올려놓았다. 무엇을 봐야 할지도 엄두가 안난다.


그래서 간단한 여행 정보를 모아보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코스, 비용은 각각 어떻게 될까?

VERA TIKHONOVA VIA GETTY IMAGESLandscape for travel with the arrival of a red train on a wooden dese



1. 맛만 보는 국민 코스


인천 - 블라디보스토크 - 이르쿠츠크 - 인천



SERKANT HEKIMCI VIA GETTY IMAGESTrans Siberian Express personal is smoking when train stops on a rai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총길이 9288km, 출발지인 모스크바부터 동쪽 끝 종점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데에만 7일정도 걸린다. 말이 7일이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편한 침대에 몸을 제대로 누이지 못하며 꼬박 일주일 동안 기차에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열차 안에서는 인터넷도 안터져서 휴대폰도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그런 그 맛에 가는 게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이라지만 꼭 그 맛을 일주일 내내 즐길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가성비’의 민족 한국인들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보통 절반만 이용한다. 한국에서 비교적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입국한 뒤 기차를 타고 바이칼호가 있는 이르쿠츠크까지 이동하는 코스다. 이르쿠츠크에서는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가 일주일에 세편 있다.


물론 이것도 약간의 베리에이션이 가능하다. 이르쿠츠크까지 먼저 비행기로 이동한 뒤 바이칼호를 구경하고 모스크바까지 열차로 이동한 후 모스크바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오는 방법 등이다. 모스크바에서 유럽으로 빠지거나 상트페테르부르크같은 곳을 들러도 된다. 핵심은 ‘모든 경로를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이동하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경험자들이 조언하는 바이기도 하다.


‘맛만 보는’ 코스라고 했지만 무려 2박3일짜리다. 60~68시간여가 걸린다. 비용은 이등석이 약 9만5000원에서 27만6000원 사이, 삼등석이 6만원에서 9만7500원 사이, 일등석은 무려 46만원 가량이다.

CAN400 VIA GETTY IMAGESRussia. The southern shore of Lake Baikal.



같은 등급의 좌석인데도 가격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좌석의 위치와 종류, 서비스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삼등석과 이등석, 일등석의 차이는 개방형 6인 침대석플라츠까르타), 폐쇄형 4인 침대석(꾸페), 폐쇄형 2인 침대석(륙스)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 비교적 한산한 평일을 골라 2개월여 정도 미리 예약하면 일등석도 30만원 아래로 예약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가격차이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실제로 여행을 계획할 경우, 여행 날짜와 코스를 확정한 뒤 이 링크를 눌러 직접 가격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장점 : 비용도, 고생하는 정도도 무난하다
단점 : 남들도 이 코스로 간다




2. 제대로 맛보는 황천 맛 시베리아 횡단 코스


인천 - 블라디보스토크 - 모스크바 - 인천


인생은 짧지만 길다. 삶 전반에 각인되는 강렬한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당신이 굴곡지고 다이내믹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안락한 휴양지의 따사로운 햇살은 심심하고 한가로운 이들이나 즐기는 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술자리만 시작되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고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만 보면 경례를 해대는 해병대 출신 친구와 고생배틀에서 맞붙어 이기고 싶다면, 그게 칠레에 붙어있는지 스페인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요새 핫한 자소서 스펙이라며 무작정 다녀온 뒤 허구한 날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 버킷리스트라고 너희들은 이런 경험 해보기 전까진 모른다며 노래를 부르는 친구에게 당당해지고 싶다면 이 코스를 택해야 한다.


한국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와 매우 가깝다. 비행기로 2시간 30분정도 걸린다. 종점이 가까운 관계로 종점에서 기점까지 여행하는 루트를 짜기도 굉장히 편하다. 일단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거기서 모스크바행 열차를 탄다. 시간은 146시간에서 161시간까지 걸린다. 바이칼 호수를 들르기 위해 이르쿠츠크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타는 것도 좋다.


기차를 7일 동안 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생스럽고 희귀한 경험이지만 이 여행을 정말 독특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바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를 타고 가는 것이다.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배로(비용은 편도 기준 삼등석이 22만2000원이다) 약 23시간 걸린다. 만약 이 경로를 왕복으로 이용하게 되면 서울에서 유럽까지 ‘비행기 한 번 안타고’ 다녀오게 되는 영광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것은 거의 제주 둘레길 탐방 정도로 시시하게 만들 수 있다.



AFP RELAX NEWSThe Trans-Siberian train


비용은 이등석 기준 20만원에서 41만 9000원, 삼등석 기준 9만2000원에서 22만6000원, 일등석은 73만 6000원 가량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들르고 싶다면 모스크바에 내려서 다시 기차를 타야 한다.


장점 : 블로그에 최소 8회차를 게재할 수 있다
단점 : 허리가 나갈수 있다




3. 가다가 샛길로 빠지는 3개국 관광 코스


인천 - 블라디보스토크 - 이르쿠츠크 - 울란바토르 - 베이징 - 인천


열차 덕후들에게 통일은 또다른 의미의 설렘이다.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서울, 혹은 부산에서부터 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중국, 몽골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 점을 이용하면 아주 색다른 여행코스를 짤 수 있다.

MARCO GIOVANELLI VIA GETTY IMAGESTrans Siberian railway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이르쿠츠크를 찍고 바이칼 호를 구경하는 것은 똑같다. 그리고 이르쿠츠크에서 몽골리아종단열차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간다. 그리고 몽골 관광 후 다시 베이징행 열차를 탄다. 센겡조약 같은 것도 없는 비유럽권에서 열차만으로 3개국을 관광하는 코스다. 정말 샛길로 제대로 빠지고 싶다면 베이징에서 칭짱열차를 타고 티벳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 이것도 운행시간만 43시간에 달하는 4064km짜리 대장정이다.


이르쿠츠크에서 몽골 울란바토르까지는 약 23시간, 꼬박 하루가 걸린다. 울란바토르에서 베이징까지는 28시간이 걸린다. 비용은 이르쿠츠크에서 울란바토르까지 이등석 12만 3000원, 일등석 19만 4000원에서 24만8000원이다. 울란바토르에서 베이징까지는 이등석 17만9600원 일등석 29만 3300원이다.


장점 : 육로로 느긋하게 3개국 관광을 할 수 있다
단점 : 너무 느긋해서 중간에 내가 왜 이짓을 하는지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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