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원인을 찾아낸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영화 <인터스텔라>는 멸망 직전의 지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터스텔라>에서 지구는 핵전쟁 같은 상황으로 급격하게 위기를 맞지 않는다. 대신 ‘기상이변으로 인한 식량 재배량 감소’로 아주 서서히 종말을 인지한다. 우리의 진보된 과학은 식량 재배량을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고작 ‘모래폭풍’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지구의 재건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고, 대신 ‘탈지구’만이 유일한 답안으로 남는다.
물론 탈지구를 위해서도 진보된 기술이 필요하다. 수많은 생존자들을 데리고 떠날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력을 컨트롤 할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온갖 추측을 통해 난수를 입력해도 이 방정식은 풀리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중력의 실체를 모르고, 이 방식은 중력의 실체를 입력해야만 풀 수 있다. 우리가 늘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아직도 그 실체를 풀어내지 못한 중력, 끝내 난제를 풀지 못한 한 과학자는 ‘블랙홀만 경험할 수 있다면...’이라는 말을 남긴다.
이제 이 영화의 서두가 지났다. 이후 영화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갖가지 고난을 펼치는 주인공을 비춘다. 주인공은 죽음을 각오하고 블랙홀을 경험한다. 방정식은 풀렸고 이제 인류의 희망은 싹트기 시작한다.
단 하나의 실체를 발견함으로서 풀리지 않던 난제가 풀렸다던 영화 <인터스텔라>의 이야기는 어딘가 익숙하다. 우리사회는 그간 갖가지 문제로 고통을 경험했다. 그냥 찾아온 위기가 아니란 것을, 누군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어서 벌어진 일이란 것을 우리는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실체가 정확히 풀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는 블랙홀과 같은 사건을 체험했다. 우리가 모두 겪었지만 이해되지 않았던 많은 문제에 ‘최순실’을 넣으니 답이 나온다.
왜 재벌은 그렇게 당당하게 성과연봉제와 쉬운해고를 도입하려 했는지, 정부는 왜 재벌의 편만 들며 노동악법을 입법시키겠다고 그 난리를 쳤는지, 왜 국민의 손으로 뽑은 여당은 국민을 궁지로 몰아넣는 법안을 만들어내는 지. 국민연금은 왜 국민의 돈으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며 수천억 원을 허공에 날렸는지. 우리는 알 듯 알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고 탄식을 내뱉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여느 재난영화처럼 구원과 희망으로 끝을 낸다. 모래폭풍 속에서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단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방정식을 풀어낸 덕택에 모든 생존자를 태울만한 우주선을 하늘로 날렸고 이제 인류는 모래폭풍과 종말이 없는 새 땅에 정착할 것이다. 다만 그 새 땅이 정말 희망적이었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방정식을 풀어내고 위기의 원인을 찾아낸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모래폭풍과 같은 부패가 넘실되는 이 사회에서 박근혜를 내리고 그 자리에 ‘덜 부패한’ 사람을 채워 넣는 게 옳을까? 아니면 정상의 기준조차 뒤틀리고 왜곡된 이 ‘비정상’의 사회를 구원해줄 영웅을 기다리는 게 옳을까?
우리가 새로운 땅을 찾아낼 만큼 진보하고 성숙했는지, 우리가 찾아내고 정착해야할 새로운 세계가 과연 희망적일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모래폭풍과도 같은 부패와 비리의 세상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