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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Jun 15. 2017

당신이 연체자와 '페이스북 친구'일 경우 벌어지는 일

레그테크(RegTech)의 명과 암

금융업계는 늘 당국의 규제와 맞닥뜨려야 한다. 산업의 특성 상 다른 업종보다 훨씬 더 많은 규제와 씨름해야 하는 게 금융업계인데, 최근 핀테크의 부상 등 기술발전과 맞물려 금융산업을 향한 규제는 점차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따라서 업계가 규제이행을 위해 들이는 비용과 위반에 따른 벌금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JP모건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직원 13,000명을 신규 채용했고 도이치 은행은 2014년 한 해에만 13억 유로를 투자했다. 여태까지 전세계 금융회사들이 금융규제와 관련해 투자한 비용은 100조원에 이른다. (IIF, 2016)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증가량이 더는 인력충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비용의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부각된 게 바로 레그테크다. 레그테크는 규제를 뜻하는 Regulation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실제로 최근 4차산업이라 명명되는 최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기술영역이다. 머신러닝, 클라우드 컴퓨팅, 바이오메트릭,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해 금융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설명을 늘어놓으면 어려워 보이지만 적용되는 예를 들으면 이해가 쉽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료 분석이다. 레그테크 솔루션이 금융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업무를 모니터링하며 규정 준수여부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회계, 법무 등 각 분야별로 이뤄졌던 분석도 이 솔루션을 통해 통합적으로 이뤄진다.      


https://www.bankinghub.eu/banking/operations/regtech


금융업무에 반드시 수반되는 리스크에 대한 관리도 레그테크를 통해 가능하다. 가령 머신러닝을 통해 거래패턴을 분석한 AI가, 거래에 이상징후가 보이면 이를 파악하고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머신러닝 기술만 필요한 건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기술도 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레그테크 기술이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신용평가 업체인 제스트파이낸스는 신용평가 방식에 AI 기술을 도입, 기존 20여개에 이르던 평가항목을 7만 개로 확장시켰다. 언뜻 보면 개인의 신용평가가 고도로 정밀화되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 평가항목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의 내용, 인터넷 접속 유지시간 등이 포함되어있다. 인터넷 접속시간이 길고, 신변잡기 등의 글을 올리는 사람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경우에도 낮은 평가를 받는 식이다.   

  


홍콩의 핀테크 기업 렌도(Lenddo)는 SNS 데이터를 이용해 신용거래가 없는 사람들의 신용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를 통해 사회 초년생이나 신용 이력이 없는 사람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과정에, 인터넷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막대한 개인의 정보들이 수집, 활용된다. 예를 들어 내 페이스북 친구 중에 연체자가 있을 경우 , 내 신용은 그와 온라인 친분관계를 유지한단 이유만으로 낮게 평가된다.     



마치 팬옵티콘 같은 광범위한 감시체계가 꼭 신용평가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금융기관이 내부 직원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겠다는 명목 하에 구축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은 직원들의 전화, 업무 이메일. 사내 메신저를 통해 했던 사적인 농담 까지 ‘수집’해서 관리자에게 보고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금융규제를 정적(사후)규제에서 동적(실시간)규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올 하분기 중 레드테크 참여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파일럿 테스트도 진행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뒤늦게라도 금융산업의 효율을 제고하려는 시도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기술이 그렇듯 활용 방법에 따라 명과 암은 존재한다. 광범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언제든 광범위한 감시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규제로부터의 효율’을 명목으로 도입되고 있는 레그테크가 다른 반발에 부딪혀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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