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Coin의 발행 목적은 분명하다.
1. 올해 초쯤 미 연준은 비트코인에 대항하기 위한 Fed Coin의 발행을 시사했다. 실제로 Fed는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를 여러번 표현했다. 2014에 Fed의장인 옐런은 의회에서 "Fed엔 비트코인의 규제와 감독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말했고 부의장인 안돌패토는 앞서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우려, '발권력 부재에 따른 통화 정책 사용불가'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안돌패토는 그래서 연준의 가상화폐, Fed Coin을 발행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2. 그래서 안돌패토가 제안한 내용은 '중앙은행이 지급을 보증'하고 '달러와의 교환비율이 보장'되는 형태다. 이는 기존에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측면이 맞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상화페의 아주 중요한 기능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가상화폐 속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의 핵심은 '이용자 서로간의 지급보증'이다. 기존에는 중앙(은행)에서 거래사실을 보증해주었는데 이걸 굳이 중앙에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더 이상 화폐를 중앙에서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3. 화폐발권력이 더이상 국가에 속하지 않는다는 건 굉장히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될 것은 앞서 미 연준에서 말했단 '통화정책의 사용 불가'다. 이는 EU소속 국가들이 겪었던 것들과 비슷한 문제이기도 하다. 발권력이 사라진 국가가 할 수 있는 건 대폭 줄어든다. 재정정책이 사라진 국가는... 좀 심하게 말하면 상상으로만 꿈꿨던 '야경국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4. 물론 시스템이 단번에 무너지진 않을 거다. 내가 이전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면서 '과도한 상상'이라고 덧붙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Fed코인은 그러한 '혁명'을 방어할 중요한 도구가 된다. 발권력을 그대로 중앙이 유지한 상태로 발행하는 가상화폐는 그저 '간편 결제 시스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수도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거래의 익명성 보장과 편의성 제고정도인데, 사실 거래의 익명성은 기존의 화폐도 어느정도 보장된다. 추적하려고 하면 마찬가지로 Fed coin도 할 수 있을 거다. Fed Coin을 발행하겠다고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오로지 하나다. 국가의 발권력 보장.
5. 물론 Fed Coin이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이는 결제수수료, 중개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카드사나 페이팔 이런데를 통해서 결제하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급하면 되니까. 뭐 반대로 말하면 카드사가 쫄딱 망할수도 있단 이야기도 되지만...(왠지 '가상화폐의 지급 중개'라는 복잡한 과정이 다시 남아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Fed Coin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중앙의 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정책된다면 우리는 월급 대신 가상화폐를 받을 수도 있겠지. 뭐 월세도 가상화폐로 내고. 뭐 근데 지금도 통장에 찍힌 돈 내 손으로 만져볼 일은 적지 않나.
6. 나는 솔직히 말해 비트코인엔 회의적이다. 그 상상력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다시 언급하자면 시스템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전복적 수단, 발권력을 앗아갈 정도로 민간에서 공증된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이 자리잡지 못한다면 중앙에서 지급보증해주는 화폐보다 불안정한 화폐가 거래수단으로서 자리잡기는 힘들 거라고 본다. 뭐 그러면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서서히 줄어들거나 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