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①〉말을 먼저 걸지 않는 이유
나는 먼저 말 걸지 않는 편이다.
조용히 곁에 있다가, 상황이 만들어지면 그제야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일부러 거리를 두는 건 아니다.
그저 말보다 눈치를 먼저 보게 되고, 눈치 보다 마음의 결을 먼저 읽으려 한다.
그게 나다.
캐디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는 이상, 나는 가급적 말을 아낀다.
그게 예의일 수도 있고, 침묵 속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내 방식이 무뚝뚝하게 보일까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내가 그들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말없이도 나와 호흡을 맞춘다.
어쩔 땐 이런 생각도 든다.
말을 먼저 거는 사람이 세상을 리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을 아끼는 사람은 세상을 오래 바라본다고.
한 번 말하기 위해 열 번쯤 생각하고,
한 번 움직이기 위해 스무 번쯤 상황을 본다.
그렇게 나는, 먼저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틈을 기다린다.
그 사람이 조급한지, 여유로운지,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저 잠시 혼자 있고 싶은 것인지.
나는 말없이 곁에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빛이 달라지면
그제야 말을 꺼낸다.
“오늘 해가 참 좋네요.”
“이 클럽은 어떨까요?”
짧고 단순한 말이지만,
그 순간에는 그게 전부다.
그 말을 기다려준 시간,
그 마음을 알아차린 감각,
그게 나의 캐디 방식이다.
조용한 사람에게는 나름의 리듬이 있다.
속도보다는 맥, 말보다는 분위기.
그런 방식으로 나는 일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먼저 말 걸지 않는다.
그 사람이 먼저 말하고 싶을 때까지
나는 가만히 곁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