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②〉말없이 가까워지는 일

by 최선근

〈캐디일상②〉말없이 가까워지는 일



먼저 말은 잘 걸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용한 사람은 아니다.


손님의 분위기가 좋으면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코스 설명부터 위로나 칭찬까지 책임지고 전한다.
질문이 오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대답하는 편이다.


나만의 기준은 있다.
‘적당히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내가 먼저 내 얘기를 꺼내는 일은 드물다.
굳이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손님은 나를 ‘친절하다’고 말한다.


나로선 조금 의외다.
일부러 친절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말투 때문일지도 모른다.


콜센터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덕분에 발음은 또렷하고, 목소리는
중성과 하이톤이 섞인 부드러운 톤으로 들린다.
남자지만 어조가 날카롭지 않고,
말끝이 정돈되어 있어 그런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일 스타일은 ‘깔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행동이 정확하다는 평가도.


그래서일까,
“이런 사람이 판사를 해야 하는데 말이야”
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웃기지만, 그 말이 꽤 좋았다.


조용한 사람도 여러 가지다.
나는 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무뚝뚝하거나 무심한 건 아니다.


오히려 말하는 시간을 아껴
관찰하고, 듣고, 감정의 흐름을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그래서 눈빛, 말투, 걷는 속도 같은 것에
더 민감해진다.


어떤 사람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가까워진다.
어떤 날은,
내가 곁에 얼마나 조용히 머물렀는지가
그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하기도 한다.


말없이 가까워지는 일.


그건 어쩌면
조용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방식을 믿는다.



2021_03_30_17_32_IMG_8104.JPG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캐디일상①〉말을 먼저 걸지 않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