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③〉눈치를 먼저 보는 사람

by 최선근

〈캐디일상③〉눈치를 먼저 보는 사람



나는 눈치를 본다.
습관처럼.


누가 불편해 보이는지, 말투가 달라졌는지,
침묵이 어색한 건지, 자연스러운 건지.


말보다 먼저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캐디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대기실에서 나와 클럽 하우스 광장에서 손님을 만나면,
진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나는 손님의 얼굴, 말투, 표정, 움직임 속에서
오늘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감으로 읽는다.


그건 눈치가 빠르다기보다,
결을 먼저 느끼는 감각에 더 가깝다.


나는 대화를 주도하지 않는다.
조용히 곁에 있다가,
흐름이 자연스러워질 때 필요한 말을 건넨다.


누군가는 이런 걸
‘눈치 본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눈치를 보는 삶은 피곤하지만
때로는 더 조심스럽고 정확한 연결을 만든다.


말보다 먼저 감정을 감지하고,
감정보다 먼저 멈추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


그게 나고,
그게 내가 만들어 온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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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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