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④〉그 사람의 하루를 짐작하는 일

by 최선근

〈캐디일상④〉그 사람의 하루를 짐작하는 일



아침 공기가 유난히 서늘하거나, 이상하게 무거울 때가 있다.
해는 떴는데 마음은 흐린 날이면,
골프장 풍경조차 조금 다르게 보인다.


광장에 카트를 세워두고 고객을 기다릴 때,
나는 표정부터 먼저 본다.
한두 마디 나누기도 전에, 그날의 공기가 전해진다.


말이 없어도 보인다.
걸음걸이가 무겁거나, 인사를 받아도 고개만 살짝 끄덕이는 모습.
그날 누군가는 그냥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걸
조심스럽게 짐작하게 된다.


캐디 일을 하다 보면
‘말보다 먼저’ 감정을 읽게 된다.
처음엔 예민하거나 피곤한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말 없는 얼굴, 느린 걸음, 힘 빠진 스윙 안에는
그 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는 걸.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전날 술을 마셨거나, 잠을 설쳤거나,
혹은 무언가 마음에 걸린 채 이곳에 들어온 사람.


나는 그 사람의 하루를 읽어내려는 게 아니라,
그 하루를 존중하려고 한다.


“괜찮으세요?”라는 말보다,
그 사람의 속도를 존중하는 게 낫다.
“굿샷!”이라는 말보다,
그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캐디는 안전을 책임지고,
손님이 골프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사람이다.


베테랑일수록 공략과 거리,
그린의 라인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멘탈까지도 살핀다.


그 사람의 하루를 정확히 아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헤아리려고 한다.


말없이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나는 자꾸만 ‘사람’을 읽는 연습을 한다.


그게 내가 하루를 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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