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⑤〉기분 좋은 하루는 천천히 열린다
기분 좋은 하루는
대부분 아주 천천히 열린다.
처음부터 웃는 얼굴로 오는 사람은 드물다.
침묵과 무표정으로 시작되는 하루는 오히려 더 많다.
그래서 나는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손님의 첫 한마디가 없다고 해서
무례하다고 단정 짓지도 않고,
인사를 안 받았다고 마음을 닫지도 않는다.
어쩌면 그 사람은
아직 하루를 열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몸이 덜 깼거나,
마음이 아직 회사에 있거나,
그냥 피곤한 하루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시간이 감정을 데워준다.
티샷이 잘 맞고, 햇살이 얼굴을 비추고,
공이 곧게 날아가는 순간,
그제야 얼굴에 온기가 돌아오는 사람들을 나는 자주 본다.
그럴 때면 내 마음도 같이 풀린다.
‘아, 오늘 이 분도 괜찮은 하루가 되겠구나.’
속으로 그렇게 안도하면서, 나도 하루를 조금 더 환하게 받아들인다.
캐디 일은 ‘첫인상’을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너무 빨리 판단하면 오히려 흐름을 놓칠 때가 있다.
무뚝뚝하던 분이 라운드 중반부터 조용히 배려를 건넬 때,
나는 그 조용한 변화에 가장 먼저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이란 건,
억지로 열리는 게 아니다.
기분 좋은 하루도,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햇살이 퍼지고, 리듬이 맞춰지고,
말 없는 시간이 조금씩 따뜻해질 때까지.
그렇게 천천히 열리는 하루의 속도를
나는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그 속도에 맞춰 걷는 내 일을
오늘도 천천히 사랑한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